페더러의 눈물 2009. 6. 7
지난 한 주는 자정이 훌쩍 넘도록 롤랑갸로스를 보느라 밤잠을 설쳤다.
잠을 설쳐도 마냥 신나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다.
어제밤에는 열시가 채 되기도 전부터 나는 TV를 독차지하고
페더러와 소더링의 결승전을 보기위해 편안한 자세로 폼 잡고 앉았다.
프랑스 오픈 테니스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각별?하다.
테니스 경기 관전을 워낙 좋아하는 까닭도 있지만, 롤랑 갸로스에 직접가서
보고 즐길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 프랑스 오픈에 대해 더욱 애정 쏠리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 와 로빈 소더링Robin Bo Carl Soderling 의 결승전.
일방적일만큼 페더러의 경기내용이 우수했지만, 그래도 나는 가슴 두근거리며 관전을 해야만 했다.
프랑스 오픈 테니스에서의 페더러의 불운?한 지난 몇년 동안의 경기를 아쉬운 맘으로 봤기 때문이다.
페더러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으면서도, 한번도 프랑스 오픈에서는 우승을 거두지 못했다.
매 눈을 하고, 종횡무진 발빠르게 뛰는 나달에게 번번히 챔피언 자리를 내 주어야 했던 그가
이번에는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꼭 잡기를 바랬다.
나는 페더러의 왕팬이다. 하하하
11번 째의 도전 끝에, 마침내 페더러는 프랑스 오픈 롤랑 갸로스 클레이코트의 챔피언이 되었고,
우승컵을 들고 국가가 울려 퍼질때는 두 볼에 눈물을 주루루 흘리며....
내 가슴까지도 싸~~하게 만들어 주었다.
요것들은 본게임과 무관한 사진이여유.ㅋㅋ
역대 그랜드 슬램 최다 우승자가 되었고
그는 피트 샘프라스가 세운 기록과 맞먹지만, 롤랑갸로스에서의 우승까지도 따 냈다.
명실공히 이 시대의 최고의 테니스 챔피언으로, 새 역사를 만들었다.
역대 여섯번 째의 그랜드 슬래머가 되었고, 기량과 매너, 완벽한 멘탈을 인정받던 그가 공식적으로도
당당히 인정을 받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내가 사랑하는 몽피스와 준준결에서 게임을 벌일 때, 나는 누구를 응원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나 그것은 의식적인 것이었을 뿐, 어느새 페더러의 승리를 바라고 있는 내 자신에게 스스로 놀랐다.
몽피스는 아직 세월이 많고, 페더러는 여기 쯤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루고,
아름답게 끝을 향해 가야 된다는 나의 애정 담긴 응원이었다.
페더러와 소더링의 경기가 첫 셋트를 마치고 두번째 셋트로 접어 들었을 때,
황당한 헤프닝이 벌어졌다.
웬 얼빠진 남자 하나가 커다란 수건을 들고 경기장에 뛰어들어, 페더러의 얼굴을 그 수건으로 가리려는
행동을 보여, 페더러는 뒤로 주춤 물러섰고, 나는 깜짝 놀랐다.
어머나~ 큰일날뻔 했네.
검은 유니폼을 입은 경호원들이 달려와 그를 제압하고, 밖으로 끌고 나갔지만, 내 가슴은 사뭇 콩닥콩닥...
아휴~~ 깜짝이야~~
상대 선수 소더링은 엄지를 올리며, 괜찮은가를 묻고, 페더러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답하고...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롤랑 갸로스의 따스하게 붉은 클레이코트는 참으로 맘에 든다.
중계방송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현장에 가서 보면, 게임이 끝나고 잠시 쉬는 동안에
커다란 막대기 끝에 지면에 닿는 헝겊같은 걸레?모양의 땅 고르기 도구로
열심히 코트면을 고르느라 땀 흘리는 사람들의 動線과 몸짓들이 이채롭고 재밌다.
그 붉은 흙은 특수하게 제작?되어 먼지도 나지않고, 비에 흠뻑 쉽게 젖지도 않으며
색깔 또한 얼마나 오묘하게 부드러운 파스텔톤인지....
2007년 롤랑갸로스에는 작은 사위랑 블로뉴숲 근처에 있는 그 곳에 가서
하루 종일 게임을 보며, 행복한 나들이를 하고 왔다.
우리는 근처의 대형 까르프에 주차를 해 두었는데, 나올 때 주차비를 25유로 씩이나 지불해야만 했다.
그럴 줄 알았으면, 까르프 매장 전용 주차장/프랑스 오픈 때만 특별히 까르프 주차장 일부를 롤랑갸로스 입장
관전차량에게 할당 제공하는데, 그 주차비가 그렇게 비싸더라는....에구구/에 주차하고, 몇가지 먹을 꺼리를
사 올걸 그랬다고 뒤늦은 후회도 했었다.
그 때 메인경기장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우리는 암표상을 만나서 뒷거래라도 해 볼까 했는데
어머나~~ 그 도둑넘은 표 한장에 무려 400유로를 달라는...준결승이었는데... 거의 칼 안든 강도 수준?
어제밤, 열두시 반이 될 때까지 프랑스 오픈의 마지막 경기와 시상식을 보는데
반가운 얼굴~~ 안드레 애거시Andre Kirk Agassi!!!
잠실 올림픽 코트에서 만났던 그 잘 생긴 애거시~
20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여전히 멋지고 젊었더라구.ㅋㅋ
세월이 묻어나는 퉁퉁하고 여유롭고 멋진 모습이 편안한 미소와 더불어, 더욱 정감넘치더라구..ㅋㅋ
그래서!!!!
그렇게 2009년 프랑스 오픈 테니스는 모두 끝이 났다.
2007년 프랑스오픈이 끝나자, 작은 사위가 하는 말.'어머니 윔블던에 갈까요?
이제 어머니가 심심해서 어쩐대요.' 그 장모님에 그 사위다.
그래. 이제 얼마쯤 있으면 윔블던이 기다리고 있지?
또 밤을 새며 봐야지.
로저 페더러의 눈물을 되새기며
윔블던에서의 페더러를 다시 응원해야지.
로저 페더러!
새 역사를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그대가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나 챔피언 먹었어요. 난 이경기를 사랑해요.~~
요러콤 핸썸한 페더러 봤어유?
참으로 어색하고 낯설군....ㅋㅋㅋ
호주오픈 때 나달이랑 정답게....???? 아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