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 '09

대형사고

eunbee~ 2009. 2. 26. 18:00

 

 

 아침에 호텔에서 나와, 테르미니로 갔지요.

왜냐구요?

차를 렌트를 해서 폼페이에 가려구요.

우리는 로마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폼페이유적을 꼭 보려고 맘 먹었습죠.

 

오전 11시, 느지막하게 테르미니역에 가서 6인승을 렌트했습니다.

두 사위님들이 교대로 운전을 하기로 했지요.

길눈밝은 작은 사위가 먼저 운전대잡고 로마를 출발했습니다.

룰루랄라~~ 신나게 달려 이태리의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내가 건의를 했습니다. 쏘렌토에 들려서 지중해의 싱싱한 해산물이 곁들여진 맛있는 점심을 먹고

되돌아 올라와 폼페이로 가자구...

작은 따님이 지도를 보며, 폼페이에서 30분쯤 걸릴 것 같으니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우.

 

아름다운 쏘렌토의 절벽길을 달리다가 절벽에 서 있는 근사한 호텔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멀리 나폴리의 아름다운 항구가 건너다 보이는 절벽꼭대기 언덕에,

고성처럼 폼잡고 서있는 멋진 호텔입니다.

전망 좋은 레스토랑도 있을테지요?

앗불싸~~그러나 그곳은 휴업중,

 

또 달렸습니다.

아름다운 작은 마을은 절벽을 끼고 끝도 없는 긴 골목을 이루며 잠자고 있었습니다.

왜 잠을 자냐구요? 그러게~ 그걸 알 수 없었죠. 유령의 도시처럼 고요롭고 한적하고.

아무리 찾아도 문을 연 레스토랑은 단 한군데도 없었슴돠. 어머~ 이걸 어째~~

드디어 큰따님이 벌써부터 마렵던 쉬~가 한계에 왔습니다. 설상가상입죠.

이젠 멋진 레스토랑이고 뭐고, 걍 아무데나 쉬~ 쏟아버릴 곳만 찾으면 그것으로 성공입니다.

 

오렌지나무 가로수가 매우 아름다운 길가에 차를 세웠답니다.

작은 가게에 음식이 진열되어있기 때문이지요.

그곳엘 얼씨구나 들어가서. 큰따님은 급한 볼일 치르고. 우린 점심꺼리를 골랐습니다.

그래도 맛있는 파스타를 요리해서 내올 수 있다해서 그것으로 만장일치 정하고

유리진열장 안의 음식도 몇가지 고르고. 시원한 맥주도 주문했습니다.

피망속을 채운 맛있는 밥은 기대 밖으로 일미였습니다.

 

그럭저럭 입도 즐거웠고. 급한 볼일도 마쳤고, 수다를 한바탕 떠는 이태리 아저씨도 떠났고

우리도 가던 길 되돌아서 폼페이로 향했습니다.

사뭇 궁금한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 왜 사람이 하나도 없고, 레스토랑은 몽땅 쉴까??????

너무 급했던 나머지 우리 가족 그 누구도 간이식당에서 그걸 물어 본다는 생각을 못했지요.

먹느라... 쉬~하느라 바빠서..하하하

 

암튼 폼페이에 왔습니다.

오렌지나무 숲아래 차를 세웠습니다.

그 오렌지밭이 주차장이거든요.

노란 오렌지는 주렁주렁~~

그런데 자동차 매연에 찌들었을듯 싶은 오렌지맛은 어떨지 걱정이 살살~~

 

매표소 앞에 갔습니다.

큰따님과 큰사위의 표정이 한 순간 어두워졌습니다.

엥? 뭔일이 있나? 가까이 가 봤습니다.

아이구~~ 어쩌면 좋아~~

3시 30분에 문을 닫았다는... 현재시각 4시 30분!!! 대형사고다!!!

지중해의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멋진 음식, 멋진 레스토랑 찾다가 쏘렌토도 제대로 못보고

음식은 아예 냄새도 못 맡고, 드뎌~ 폼페이도 못 봤슴다.

아이구야~~~ 이 엄마의 주책이 대형사고 쳤넹.ㅠㅠㅠ

4반세기 전의 추억과 맛있는 지중해의 해산물이 우릴 망하게 했습니다.

 

매표소밖 담장에 턱을 괴고 멀거니 폼페이의 유적이 있는 언덕을 바라봅니다.

눈에 보이는 유적 한덩어리가 우릴 달래 주고 있습니다.

검은 개 한마리가 은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밉니다. 길에 사는 외로운 개는 손내밀기를 먼저 건네오네요.

에이고~

폼페이 유적 대문 앞에서 오렌지를 한자루 샀습죠.

헛탕친 가족들을 달래 볼 양으로...

그러나 그 허망한 상황을 어떻게 달랠 수 있겄습니까?

이렇게 대형사고앞에서, 그 누구도 불만스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조용히 그 곳을 떠나

오렌지나무 아래서 우릴 기다리는 렌트카의 문을 열고 나란히 나란히 앉아

다시 로마로~~~

날은 저물고, 길눈 어두운 우리 큰사위님은 이리 헤매고 저리 헤매면서

비아 퀸티노 셀라에 있는 우리 호텔앞에 무사히....

 

큰 죄 지은 나는, 폼페이 앞에서 아무도 아무말도 없던 그 조용함이 자꾸만 맘을 어수선하게 했습니다.

미안해서리~~~ 제 발 저린거지 뭐. ㅋㅋㅋㅋㅋ

 

 

입장 마감!!!

매표소 앞에서 허망스레 바라보던 폼페이의 한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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