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마롱의 계절

eunbee~ 2008. 11. 19. 23:46

 

                                                         

 

 가을이 되면 마로니에 나무엔 갈색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그리고 더 늦은 가을이 되면 열매가 떨어져, 겨울 풀숲에 뒹굴고 있다.

동그랗고 반질거리는 마롱marron 이라는 이름의 열매를 주워

은비랑 공기 놀이를 한다.

밤을 닮은 이 마롱은 먹지는 못하지만

고소하게 구워서 먹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은비네가 파리 동쪽에 살때 메트로에서 내리면

따스한 숯불위에 군밤을 구워 파는 남자가 있었다.

"군밤이요~ 군밤!

따끈따끈한 군밤이요~"

프랑스 말을 못 알아듣는 나도 그 남자가 외치는 소리가

"군밤이요 군밤, 따끈따끈한 군밤이요."라고 말 한다는 걸

금방 알아차린다.

음절이나 곡조가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은지...

 

오늘은 파리의 마로니에 숲도 그립고

따끈한 군밤 냄새나는 메트로 부근의 밤풍경도 그립고

반질대는 마롱으로 은비랑 공기놀이도 하고 싶다.

 

어느새

마롱의 계절이다.

 

 

 

'파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비가 보낸 생일선물 - 예쁜 은비의 승마모습  (0) 2008.12.03
포니클럽 소식  (0) 2008.11.24
틴틴과 스머프  (0) 2008.10.02
라인강 어귀에서- 2信  (0) 2008.07.08
프랑수아 할아버지  (0) 200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