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08

봄 맞이

eunbee~ 2008. 9. 24. 13:26

가을이 오는 소리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훌쩍, 봄을 맞으러 적도를 넘었다.

그곳은

흐드러진 꽃과

이미 낙화로 덮인 꽃그늘과

푸르디 푸른 초원으로, 나그네의 맘을 사로잡았다.

 

바람에 몸 뒤채이는 푸른 풀잎들은

부서지는 햇살에 반짝이고

그 모습은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듯 영롱하고 아름답다.

 

구름은 먼산마루에 항상 머물고

시시때때 번져나와 비를 내리며

금새 사라져 버리는 비는 안개구름을 만들어

가까이 그리고 멀리... 무지개는 노상 떠있다.

'희고 긴 구름의 나라'라는 원주민의 이름을 가졌다더니

뉴질랜드의 구름은 언제라도 무지개를 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끝없는 초원위에는

양양양양양양양양양양양 양떼...

소소소소소소소소소소 소떼...

사슴 사슴 사슴 사슴들...

말 말 말...말들...

같은 수종으로  한줄로  선 나무들,

목장의 경계로 세워 둔 목책의 직선..또는 곡선..

 

그곳은

나무조차 낭만스럽게 서 있는

아니 철학자 처럼 서 있는

평화롭고 평화로운

조용하고 조용한

고요하고 또 고요한

그러다 못해, 심심하기 그지없는 땅.

 

붉은 체리꽃

흩날리는 동백, 이름모를 노랑꽃,

끼리끼리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

반짝이는 초원의 풀잎들...

흩뿌려 놓은 듯 흰점으로 무늬져서, 한가로이 풀뜯는 양들, 

줄지어 이동하는 소떼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슴들,

멍하니 서 있는 말들...

 

 

그러나

아무데도 사람은 없다.

 

구름과

양 소 말 사슴과

바람과

넓은 초원을 금 그어 놓는 한줄로 선 나무들과

무지개가 전부인 듯 조용한 땅.

그곳에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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