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훌쩍, 봄을 맞으러 적도를 넘었다.
그곳은
흐드러진 꽃과
이미 낙화로 덮인 꽃그늘과
푸르디 푸른 초원으로, 나그네의 맘을 사로잡았다.
바람에 몸 뒤채이는 푸른 풀잎들은
부서지는 햇살에 반짝이고
그 모습은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듯 영롱하고 아름답다.
구름은 먼산마루에 항상 머물고
시시때때 번져나와 비를 내리며
금새 사라져 버리는 비는 안개구름을 만들어
가까이 그리고 멀리... 무지개는 노상 떠있다.
'희고 긴 구름의 나라'라는 원주민의 이름을 가졌다더니
뉴질랜드의 구름은 언제라도 무지개를 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끝없는 초원위에는
양양양양양양양양양양양 양떼...
소소소소소소소소소소 소떼...
사슴 사슴 사슴 사슴들...
말 말 말...말들...
같은 수종으로 한줄로 선 나무들,
목장의 경계로 세워 둔 목책의 직선..또는 곡선..
그곳은
나무조차 낭만스럽게 서 있는
아니 철학자 처럼 서 있는
평화롭고 평화로운
조용하고 조용한
고요하고 또 고요한
그러다 못해, 심심하기 그지없는 땅.
붉은 체리꽃
흩날리는 동백, 이름모를 노랑꽃,
끼리끼리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
반짝이는 초원의 풀잎들...
흩뿌려 놓은 듯 흰점으로 무늬져서, 한가로이 풀뜯는 양들,
줄지어 이동하는 소떼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슴들,
멍하니 서 있는 말들...
그러나
아무데도 사람은 없다.
구름과
양 소 말 사슴과
바람과
넓은 초원을 금 그어 놓는 한줄로 선 나무들과
무지개가 전부인 듯 조용한 땅.
그곳에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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