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일몰

eunbee~ 2008. 7. 22. 20:09

오늘은  대서大暑.

[ 24절후()의 하나. 태양()의 황경()이 120°에 달한 때. 혹서.]

사전엔 이렇게 명기되어 있다.

사슴뿔도 녹는다나 쇠뿔도 녹는다나?

그래도 며칠 전 보다는 훨씬 시원해진 날씨.

아랫집 아줌마 아저씨는 강가에 펴놓은 평상에서 닭 다리를 뜯는다.

삼층집 나는 일몰을 보느라 베란다 창문에 붙어 서 있다. ㅋㅋ

 

                                                                                  2008.07.22.大暑날 19:06 

하지날에는 해가 오른쪽으로 내려와서 능선 끝에서 숨었었다.

한달이 지난 오늘 대서 절기엔 다시 제일 높은 봉우리에 서 있다가 산을 넘는다.

태양은 하지를 정점으로, 오던 길을 되 돌아 가고 있다.

가을이 오면, 예봉산 정상 등산을 마치고 왼쪽으로 왼쪽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 가겠지.

세월은 이렇게 자꾸만 간다.

태양이 저 산들의 능선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할 때

우리네 인생은 되돌아 갈 길이 막힌 채, 앞으로 앞으로 만 간다.

 

                                                                                             19:09 일몰 

태양은 두 달 전에 넘던 봉우리 바로 그 자리에서 숨는다.

오늘은 7월 22일. 하지는 6월 21일.

그리고 5월 21일에는 지금 바로 저 자리에서 일몰 했었다.

강마을에 살면서부터 이렇게 해가 지고 뜨는 일에,

달이 차고 기우는 일에 마음을 빼앗긴다.

누군가는 참으로 한가한 짓거리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들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인지 경험한 사람만이 알 것이다.

 

줄지어 날아 가는 새들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는데, 어느새 날아가 버리고,

맨 꽁지에 가던 놈만 한마리... 간신히...걸렸네. 에구구~

 

                                                                                            19:11 일몰

강마을엔  다시 저녁 노을이 엷게 번진다.

몽환의 시간이 찾아 드는 거다.

가로등불은 강물에 일렁일테고, 새들은 우짖던 노래를 그칠 것이다.

사위가 고요로워지면, 내 영혼을 아늑한 적막으로 덮고 흔들림 없이 맑히고 싶다.

 

은비가 삼촌네 집엘 가서 적적한 하루였다. 벌써 은비가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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