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갠지스의 모래를...

eunbee~ 2008. 7. 22. 11:03

바라나시 Varanasi

알록달록 원색으로 신기한 가게들.

꾀죄죄한 사람들.

음산하고 지저분한 길고 긴 골목길...

누가 나의 뒷덜미를 낚아 챌 듯하여, 앞사람 꽁무니를 열심히 따라 걷던,

흰소가 누워 있는 미로같은 좁은 길.

곳곳에 뿌려진 붉은 물감이 주는 기분 나쁜 느낌.

그러한 골목을 지나면 갠지스강.

 

 

태양이 떠 오르는 이른 아침의 갠지스.

구정물은 유유히 흐르고

그것을 성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은 목욕을하고

이를 닦고

빨래도 하고

가트 위에서는 시체도 태우고...

 

  

일출이 시작될 때, 갠지스에 떠 있는 배를 탔다.

찬다르와 함께.

우리를 태운 배는 피안의 모래밭에 닿았다.

'항하의 모래알 만큼'이란 말이 있다.

갠지스의 모래는 너무 고와서 미숫가루 같았다.

가장 깨끗해 보이는 장소에서 한움큼의 모래를 봉지에 담았다.

집에 가져와서, 향로香爐에 담아 오래오래 간직했다.

 

울 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

下棺을 할 때

갠지스의 모래를 엄마 아부지 무덤속에 뿌려 드렸다.

인도에 다녀 온지 6년이 흘렀을 즈음에...

갠지스의 모래를 무덤에 넣으면, 천상에서 좋은 일이 기다린댄다.

극락으로 가신댄다.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엄마 아버지께

내가 해 드린 건

겨우, 갠지스의 모래를 가져와

무덤에 함께 넣어 드린 것 뿐이다.

 

항하사恒河沙 같은 은혜와 사랑과 희생을

恒河沙 뿌려 드린 걸로 마감을 하다니....

오늘도

눈물이 난다.

 

 

천상에서

이런 여인들에게 둘러 싸여, 노래하고 춤추고 즐겁게 계셨으면 좋겠다.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아부지가 살아 계신다면, 내가 해 드리고 싶은 일이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의 추억  (0) 2008.07.23
Canadian Rockies  (0) 2008.07.22
When It's Springtime In The Rockies  (0) 2008.07.22
몰디브 여행 2  (0) 2008.07.09
몰디브 여행  (0) 2008.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