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우리 은비

eunbee~ 2008. 7. 13. 23:35

어제는 발레를 했다.

은비랑 할머니랑...

염천에 구슬땀을 훔치며.

못말리는 손녀와 할머니가 춤 혼령에 씌운 것도 아닐텐데...

은비는 발레를 무척 배우고 싶어 한다.

아니, 학원이나 다른 선생님에게는 배울 생각이 전혀 없고, 할머니와 놀이처럼 하고 싶은거다.

아라베스크를 발동작과 함께 손동작을 2번까지 익혔다.

우아하고 폼나게 아주 잘 한다.

은비는 잘 하고 싶어서인지, 즐기는 것인지, 우리집 긴 복도를 걸어 갈 때도 아라베스크 동작으로

다닌다. 예쁘다. 그런 모습의 은비가 예쁘고, 그렇게 무엇인가를 즐기는 태도가 예쁘다.

 

오늘은 동네 목욕탕에서 수영?을 했다.

여름날 시골 목욕탕엔 손님이 없어, 텅텅 비었다.

그래서 우리는 냉탕을 장악하고, 메메는 폭포 맛사지, 손녀는 '인어공주 영법'으로 /잠영/

두시간 가량을 즐겼다.

아빠와 함께 수영장에서 '제맘대로 폼'으로 익힌 수영 실력은 놀랍다.

평영, 배영, 잠수.... 때로는 수달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방향 바꾸며 뒹구는 동작도 한다. 하하

 

목욕탕에서 무척 귀여운 애기 둘을 만났다.

한 애기는 여자, 다른 애기는 남자.

남자 애기가 말도 귀엽고, 붙임성도 좋고...

 

'너 몇살이야?'

 

'여섯살이예요.얘랑 나랑 쌍둥이예요.'

 

내가 은비를 바라봤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며, 서로 의미있는 눈빛을 나눴다.

그 애기들이 여섯살배기로는 너무 작은 애기들이기 때문이다.

서너살로 밖에 안보이는데....

 

'이름이 뭐니?'

 

'김은경이예요. 얘는 김주희예요.'

붙임성 좋은 남자애기는 꼬박꼬박 자기 혼자 대답을 다 해 버린다.

 

'우리는 쌍둥이라서 둘이 나이가 여섯살이예요.'

오메~~ 이건 완전히 조기 교육의 참된 결과?!!

아까부터 여섯살이라고 말한 건, 쌍둥이의 나이를 합한 것이었다. 못말리는 조기교육의 성과!!!

예쁜 고추가 추운 냉탕 덕분에 바짝 올라 붙은 모습이, 정말 귀여운 아주 작은 애기...

그 고추를 보니, 나도 조렇게 예쁜 고추가 달린 손주녀석 하나 쯤 있었으면

얼마나 더욱 행복한 삶이 되었을까..하는 생각과 동시에 큰따님과 아드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어제 그제 오후 서너시가 되면 시에스타를 즐기던 은비가

이제 한국 시간에 적응이 되는지, 오늘은 이른 저녁을 먹고는 잠이 들었다.

은비가 없었으면 할머니 노릇도 해 볼 수 없을뻔 했잖아?

얼마나 귀한 은비인가.

그리고 여름 바캉스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바캉스가 시작되자마자 항상

할머니를 찾아 이역만리로 날아 오는 은비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가...

매사에 긍정적이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우리 은비.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귀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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