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프랑스적인....

eunbee~ 2008. 7. 11. 18:08

은비가 온 이후로, 은비와 나는 낱말카드 놀이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글 이어짓기, 요리 등의 즐거운 놀이를 하면서

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오늘은 은비가 이곳으로 온지 나흘째가 되는 날이라서

파리에 있는 엄마에게 편지 쓰기를 했다.

은비는 자기 엄마에게 쓸 메일에 뭐라고 써야 하느냐고, 쓸 문장을 불러 달라고 했다.

첫인사 부터 내가 불러주는 편지 내용을 은비는 프랑스어로 바꾸어 쓴다.

쓴다음에 나는 뭐라고 썼냐고 물어 본다.

한심한 메메가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자에 문맹이기 때문이다.

 

은비는 메메가 불러주는 내용을 의역을 한다.

'한국은 너무 더워서 미칠 것 같아' 라고 말하면

'우리는 미치기 직전이야, 너무 더워서... 내가 곧 녹아 버리겠어.' 라고...

열살짜리의 번역 능력 치고는 놀라운 실력이다.

 

자기의 생각대로 쓰게 해도 되겠지만,

편지라는 걸 자주 써본 일이 없는 은비가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를 망설이기도 하는데다가,

교육열이라면 하늘을 치받는 한국인 다운 욕심의

내 얕으막한  교육적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은비가 부탁한대로, 편지 내용을 불러 준다.

그 것을 은비가 프랑스어로 번역?해서 쓰노라면, 두 나라 말에 대한 감각이 깊어지고

두개의 언어를 동시에 인식하고 사고하고, 옮기는 능력도 길러 진다는 내 계산이다. 캬~

은비가 할머니가 불러 주는 내용을 그대로 옮길 줄 알았는데...  웬걸?

내용은 같지만, 전혀 다른 맛으로 옮기는 은비의 사고의 유연성이 참으로 경탄스럽다.

이것이 프랑스적인 사고이며, 교육 효과일까?

 

글을 쓰는 것만 그런게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때도, 아주 창조적이다.

같은 그림을 보고 같이 그리기로 하는데, 은비는 내용은 같지만,

전혀 다른 표현과 느낌이 오는

새로운 그림으로 그려낸다.

 

'할머니는 왜 똑 같이 그려?'

 

'엥?  모델이 된 그림과 똑 같이 그리면 이상한 거구나?

보고 그리는 것은 그렇게 하는거 아닌가?'

 

흐미~~ 이 못말리는 주입식 교육 효과 !!!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바로 이거다. 푸하하하

 

다른나라에서 다른 문화와 다른 교육적 배경에서 자라서 일까?

은비의 재치있고, 창의적인 발상들이 보배롭게 느껴지며, 프랑스 교육 방식에 찬사를 보낸다.

잠재 능력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더 많을 텐데....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쳐 본, 전직 교사의 어쩔 수 없는 욕심과 한탄이다. 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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