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이웃 축제 Fete des voisins

eunbee~ 2008. 5. 29. 02:36

귀신 나온다는 밤 열두시가 지났구먼, 잠이 안오네요.

어차피 잠은 놓쳐 버린 것, 얘기나 해 줄게요.

 

프랑스 사람들은 이웃 축제 Fete des voisins 라고 해서,

그 해의 5월 마지막 화요일에 이웃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는 거예요.

각자 자기 집에서 나름대로 음식과 음료수 와인 등을 준비해 와서

이웃끼리 인사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애기 키우는 얘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바쁘게 사는 일상 중에 하루 오후를 짬을 내서

이웃으로서의 정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지요.

 

프랑스 사람들은 핑계만 있으면 뭔날 뭔날 만들어서 놀아요.

어머니날은 오월 마지막 일요일이고, 아버지날은 유월 셋째 일요일이죠.

음악축제의 날도 있고, 영화의 날도 있어요. 별별 날을 다 만들어서 즐겁게 산답니다.

 

지난 해, 내가 파리에 있을 때에도 이웃 축제가 있었습니다.

축제 며칠 전부터, 여기저기에 포스터가 나붙습니다.

멋진 글씨와 그림으로 꾸민 포스터엔 Fete des voisins 라고 제목을 붙인 즐거운 내용이지요.

은비네는 레지덩스에 살기 때문에, 온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모이느라,

아파트 일층에 마련된, 평소에는 회의실이나 특별실로 쓰여지는,

교실만큼 커다란 방을 하나 준비해서, 어른 애 할 것없이 모두 모여 먹고 마시고 얘기하고

애들은 뛰고 들락거리고....어른들은 수다떨며 마시고 웃고.. 즐겁게 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제, 그러니까 5월 마지막 화요일에 있었던, 큰따님네 이웃 축제 이야기를 해 볼까요?

내 큰따님은 백년 쯤 묵은 고색창연한 전형적인 프랑스풍의 아파트에 삽니다.

계단은 반질반질 윤이 나는 나무계단이며, 부엌 싱크대는 하얀 도자기로 되어 있어요.

아파트는 정원을 가운데 두고 세 동으로 나뉘어 있어요.

정원 관리와 아파트 관리는 주로 포르투갈 할머니나 나이많은 아주머니들이 합니다.

큰따님네는 C6에 삽니다.

큰따님이 e-mail 로 보낸 내용을 직접 들어 보세요. *^&^*

 

 은비네 가족이랑 함께 갔던  보 르 비꽁뜨 성 Vaux-le-Vicomte 매우 아름답고 넓은 정원이 자랑거리.

 

 어젠 Fete des voisins 날이었어. 그래서 우리 C6 계단에 사는 주민들이 베네딕트네 집에

옹기종기 모여서 가져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화기애애하게 잡담을 나누다가

밤 12시가 다 돼서야 각자 집으로 흩어졌지.

12가구 중 7가구가 참석을 했으니 꽤 성공적인 축제였지?

 

베네딕트 (2층 왼쪽집)는 이 모임을 위해 복도에 포스터도 붙이고, 주관을 한  젊은 군의관 아가씨인데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이웃이야.  정말 군인같이 말하더라. 하하. 

근무지를 마르세이유로 배정 받아 몇 개월 후에는 파리를 떠날거라고 하고,

 

클레르 (1층 오른쪽집)는 천방지축 설치고 다니는, 베트남에서 입양해 온 두살배기 자기 딸 감시하랴

수다떨랴 먹으랴 정신이 수시로 나갔다 들어 왔다 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여인이었구, 

 

베아트리스 (1층 왼쪽집)는 오래전부터 France Television (프랑스 TV)에서 CDD(기간제 계약)로 일하는데 이번에 CDI(무기한 계약)로 옮길 거 같다고 기대에 부풀어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어.

 

알제리 출신의 릴라 (3층 왼쪽집)는 2살 반 된 아들 아미예스가 하도 울어대서, 가져 온 샐러드만 달랑 남기고, 5분도 채 못되어  아이를 안고 집으로 허둥지둥 돌아가야만 했다우. 그 애기는 밤에도 자주 울어대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날 정도야. 우리도 가끔 그 애기 울음때문에 수면방해를 받지. 

릴라 남편 알리는 10시 30분이 다 돼서야 퇴근을 했다며 늦게 참석해서는, 모임이 끝날 때까지

중앙 방송을 맡아서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등 주제를 열심히 바꾸어 가며 입담을 과시하고,

 

마린 (3층 오른쪽집)은 젊고 예쁜 변호사인데,  빈 손으로 오게 된것이 민망했던지 명랑하게 대화를

나누다 말고 "우리집에 코카콜라 있는데 가져올까요?", 또 다른 얘기 한참 하다가, "우리집 바로 위예요.        필요한 거 있음 얘기해요. 바로 가져올게요." 바로위에 사는거 모두 다 알거든?

시간이 지나 잊을 만하면 "남편이 마시던 포도주가 남아있는데 가져올까요?" 하하하 못말려~

 

피레네산맥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다는 빡빡머리 다비드 (5층 왼쪽집)는

"내 친구들이 그러는데 내가 파리에 살면서 점점 사투리가 없어 진다는군" 이라며  

말도 안되는 소리를해서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어.

그 남자 사투리 진짜 굉장한 수준이거든.

 

우리 남편 (6층 오른쪽집) 로베르Rhubarbe파이, 새콤새콤한  맛있는 파이를 만들어와서

이웃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지. 그리고 나, 엄마의 큰따님 현정이는

클레르 딸 이랑 놀아 주다가  그 애기가  마시던 음료수를 엎질러 예쁜 스커트가 엉망진창이 되고,...  

이렇게 올 해의  Fete des voisins 가 끝났다우.

 

나이가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다 보니, 가끔씩 서로 초대하며 친하게 지내서 좋아.

정답게 지내는 이웃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

뭔 얘긴지 아시죠?

아휴~ 나도 잘 모르겠네. ㅋㅋ 프랑스 사람들 무지무지 수다쟁이 걸랑요.

아무튼  우리 큰따님의 장황한 e-mail 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이웃 축제보다 더 재밌는 이메일 축제를 벌였습니다. 얼마나 즐거운 이메일 축제였는지...*^&^*

 

이웃 축제에 어울리는 그림이라도 한장 그려 붙여야 되는 건데.. 마땅한 그림이 있나 모르겠네요.

찾아 보지요. 뭐~~

 

축제에 참석 못한 고양이 한마리를 데려 왔습니다. 이웃 축제에 해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는 이웃에게

이 고양이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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