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노 루
朴木月
머언 산 청운사
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나 그 네
朴木月
강나루
건너서
밀 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 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소녀시절, 김소월님의 시를 달달 외우던 때의 맑은 세월이 그립다.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나니, 강마을 풍경은 뽀얀 봄안개 속이다.
강건너 산위에서 잠자고 있는 구름들은 아직도 한밤중.
산굽이마다 짙게 피어 오르는 구름들이 산수화를 그린다.
朴木月님의 시를 내 희미해져 가고있는 세월속에서 꺼낸다.
70년대 중반쯤, 朴木月님을 이모부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어
원효로에 자리했던 詩人의 집엘 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 집 작은 현관을 들어서니,
-나 그 네-라는 詩가 액자속에서 나를 맞이했다.
오래도록 그 때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가느다란 봄비가 내린다.
오늘은 詩같은 정경으로 시작되는 아침이다.
산수화로 남겨 둘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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