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오래된 여행일기

eunbee~ 2008. 3. 21. 13:18

2005년 1월,  여행 일기 중에서...

 

즐거운 마음, 설레는 기분으로 여행을 준비한다.

그러나 마음 한켠이 편치않다.

지난  12월26일. 남아시아에 지진해일이 발생 /쓰나미/.

스리랑카, 몰디브가 초토화 되었다.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푸켓 등지에서 10만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

甲申年의 끝머리에 이런 세계적인 재앙이 왔다.

 

내가 태어난 44년 갑신년에는 세계2차대전이 끝마무리 되느라

세계가 온통 전쟁의 절정이었다.

참으로 시끄러운 시기에 태어나고,

재앙의 혼돈속에서 회갑을 맞는다.

여행을 결행하자니, 왠지 누군가에게 미안한 맘이 든다.

TV화면을 가득 채우는 지진 피해국들과 목숨을 앗긴 사람들의 참담한 상황이

자꾸만 마음을 어둡게 한다.

 

인천공항.

1월 4일.

오후 2시 24분, Takeoff.

떠날 줄 모르고 지지매던 비행기가 33번 활주로를 명쾌히 내닫더니 드디어 이륙.

여행 시즌을 맞아, 임시로 편성된 MADRID 행 직항편 KAL 이다.

 

오후 7시20분,

지평선에 해가 내려 앉으려한다.

밝게 빛나는 태양, 찬란한 오렌지빛....

5분 후에 해는 그의 엉덩이로 수평선을 뭉개고 앉았다.

그리고는 반쯤 숨더니, 그러기를 무려 40 여 분.

내 생애 最長의 일몰의 진행을 보는 거다.

그렇게 길고 긴 일몰의 장관은 한시간만에 끝이 났다.

그 후 한시간 가까이 엷은 오렌지 빛깔의 놀은 수평선과 하늘의 경계에 금을 긋고 있었다.

 

 

오랜 황혼은 드디어 세시간 쯤을 넘기며

푸른 하늘과 검은 대지 사이에

흰선을 그으며 사라졌다.

그러나 몇분 후 다시 나타난 노을은, 노오란 선을 그어 우주 한 공간을 둘로 나눈다.

참으로 오래 지속되는 노을이다.

우리 비행기가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벌써 세 시간째의 노을.

투명하게 맑은 하늘이 단순하고 고요롭고 평온하다.

 

 

그렇게,

한국 시각 오후 7시20분 쯤 부터, 눈아래 하늘 끝에선 오늘 하루의 장막이

붉은 오렌지 빛으로 내려지고

나는 기내 도서 서비스를 부탁해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를 읽기 시작했다.

산티아고의 피라밋 옆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한 사막 여행을,

나는 나의 스페인 여행과 함께 떠났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야 말로

이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 되도록 도와 준다네."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해 준 말이다.

양치기 산티아고, 그는 레반터/사막의 바람/에게서

우주가 들려 주는 이야기를 냄새 맡고, 듣고, 느낀다.

 

 

몇 시간인가가  흘렀고 

나는 책을 다 읽었다.

길게 길게 진행되던 황혼도 거의 스러져간다.

밖은 어둠에 싸이고

먼데 한점 불빛이 보인다.

어느 도시일까?

낮게 드리운 황혼은 장미빛으로 아름답게 펼쳐져있다.

 

1시간 30분 후면 MADRID에 도착한다.

Paris 에서 날아와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내따님을 만난다. 햐~~ 좋다.

모녀의 아름다운 여행을 만들자.

 

그런데,저 놀은 언제 사라질건가?!!

일곱시간 가까이  저렇게 떠나지 못하고 있구나.

지금은 한국 시각으로 1월 5일 새벽 1시 50분.

 

**심심할 때, 나는 이렇게 오래 전의 여행 일기를 뒤적여 본다.

   내일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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