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바르셀로나의 기억

eunbee~ 2008. 5. 26. 13:03

                                                                                                가우디의 '카사 밀라'

 

주말,

파리의 메트로는 휴일이라서 운행 간격이 길어져 있었다.

늑장을 피우던 우리는 메트로의 늦은 도착이 加勢하는 통에

기차를 놓쳤다.

 

다음 기차를 탔다.

침대칸에서 늘어지게 잤다.

피레네 산맥을 넘으니, 차내 방송의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에스빠냐어는 명랑했고, 활기찼고, 수선스러웠다.

 

바르셀로나.

큰사위의 세심한 안내로 큰따님과 나는 편안하고 짭짤한 여행을 즐겼다.

로베르의 에스빠냐어가 내 귓바퀴에서 맴돌다가 튕겨져 나간다.

큰사위는 참으로 학구적이다. 그가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가우디를 보았고, 골목 안에 있는 피카소, 언덕 위에 있는 미로Miro와

까딸루냐 지방의 명쾌한 사람들을 만났다.

지중해 푸른물에서 수영도 하고

수산시장에서 부산한 해산물의 냄새도 싫것 맡았다.

뒷골목 맥주 집 스탠딩 맥주 마시기의 왁자지껄한 틈새에서 벌컥벌컥 목을 추기고

우리의 손에 쥐어졌던 예쁜 유리잔도 업어 왔다.

 

언덕길에 장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참 신기함을 경험했다.

야외 길거리의 에스컬레이터는 그때 처음 봤다.

10년도 더 지난 얘기이니,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얘기다.

구엘공원으로 올라가는 비탈 길에 있다.

 

집시의 손이 착한 큰사위의 주머니 속을 들락거린다.

큰따님이 조심하라고 말한다.

착한 사위는 눈만 껌벅거린다.

에구~ 착한 것.

 

팬션에서 사나흘밤을 잤다.

시끄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다.

골목골목  뒷골목 앞골목 큰길 좁은 길,

샅샅이 뒤졌다.

 

가우디의 가로등이 너무 아름다웠다.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축복이다.

큰사위는 우리의 축복이다.

내 일생일대의 커어다아라안 축복이다.

 

                                                                                                     구엘 공원

 

오늘도

가우디의 공원에서 듣던, 기타 연주 소리가 꿈인양 맴돈다.

사그라다 파밀리야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붉은 지붕들도 눈에 아른댄다.

두번째 바르셀로나 여행 때엔 무얼 봤는지 가물가물~~

아니다. 생각난다. 사그라다 파밀리야 성당 겉면에 전에는 없던 현대적인 디자인의 조각품 몇점이

달라 붙어 있었다. 왠지 어색했다. 가우디가 좋아 할까?

 

세번째 바르셀로나로의 여행 계획은?  이제 갈 일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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