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2022. 06. 03

eunbee~ 2022. 6. 4. 18:49

롤랑 가로스 남자 준결승
나달과 즈베레프의 경기는 관전하는 내게
마치 직립사다리를 지그재그로 오르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하는 긴장감과 아슬아슬함을 주었다.
첫 세트 경기 시간이 무려 98분.
즈베레프의 끝낼 듯 말 듯, 안타까운 한 포인트의 절망.
마침내 타이브레이크에서 10 : 8 로 나달이 1세트 선점.
두 번째 세트의 경기 흐름도 비슷하게 이어갔다.
나달은 예전의 나달이 아니었고, 후배 선수에게
이끌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긴긴 경기시간, 95분.
다시 타이브레이크가 되던 그 순간, 즈베레프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며 괴로움에 터져나오는 통증을
호소했다.
'심각한 부상인가보다'라는 염려가 몰려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나가는 즈베레프.
금년 롤랑가로스에서 그랜드슬램 영광의 기대주였던
그가 갑자기 부상을 입다니... 안타깝다.

잠시 후 목발을 짚고 경기장으로 들어선 그는 나달에게
감싸 안기며 눈물짓는 모습은 너무도 안타까운 광경.
그렇게 그의 꿈도 당분간은 어이없는 부상으로 담보 잡혔다.
두 세트 경기 시간이 무려 3시간 13분.
관중은 흥미진진했겠지만 선수는 얼마나 힘든 시간들이
었을까. 즈베레프 선수는 오른쪽 발목 인대들이 파열됐단다.
큰부상으로 윔블던을 비롯해 앞으로의 경기를 포기하게
될것이 염려된다. 그와 나달이 작은 방에 잠시 함께 있을 때
그가 흐느껴 우는 모습에 나달은 슬펐다고 말했다.

세대교체까지 조심스레 점치던 2022년 롤랑가로스.
열여덟 열아홉 살 어린 신예들의 선전이 빛났으나,
유망하게 올라서던 치치파스도,
문턱까지 당도했던 즈베레프도
그렇게 다음을 또 기약하게 됐다.

안타까운 경기는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접게 되었고,
그렇게 끝내게 된 경기를 아쉽게 보던 내게는
화면에 자주 비추던, 관중석 앞 벽(?)에 새겨진
글귀가 가슴에 와 박힌다.

[ Victory belongs to the most tenacious ]

누군들 끈기와 집요한 열망과
죽을 힘을 다해 쏟는 노력이 없을까.
그러나 그것만이 다는 아닌 듯 하다.

알렉산더 즈베레프 선수의 빠른 쾌유로
코트로의 정상 복귀를 함께 기도하는 마음이다.

"즈베레프! 힘내세요~!!!"


***


사진 ;

마로니에꽃이 지고
마롱이 열매맺기 시작하면
불로뉴숲 옆동네에선
롤랑 가로스 테니스경기가 시작되지.

큰딸네 북쪽으로 난 창문 넘어 저 멀리
불빛 반짝이는 곳, COURT PHILIPPE CHATRIER에선
최선을 다해 선수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을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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