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래도

eunbee~ 2020. 10. 30. 19:52

아흔일곱 노모를 모시고
일흔일곱 첫딸은 막내 아우와 함께
병원엘 갔더란다.
의사에게 아우가 말했단다.
엄마가 이상해요.
의사가 일흔일곱 살 딸 손을 잡으며
어디가 어떻게 불편하세요?
일흔일곱 첫딸은 자신을 너무 늙게 봐준
의사에게 벌금을 내라고 마구 때썼단다.
억울해서 못살겠으니 벌금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의사는 박장대소로 헛소리와 민망함을 유쾌히 씻더란다.
이 의사양반 어쩜 이리도 멋드러지게 웃어재끼는지
이것으로 벌금 충분하다 했단다.

셀폰너머 들려오는 일흔일곱 젊은 노인 내 동무,
내게 말한다.
내가 이렇게 억울한 대접을 받고 살고 있으면서도
웃고 있으니...
그래도...
좋구나.


***



고향 동무, 내 친구
노모께서 치매가 시작되셨단다.
無男多女
딸부자집 첫째딸, 아래로 둘은 독일 가 살고
저 아래 끄트머리 동생이 요즘 반찬 만틀어
언니네로 나르고 있단다.
마음품 넉넉하여 모두에게 칭송받는 내 동무
엄마 병수발에... 이제 또...

내가 다 막막하고
답답하네.

코로나 시대 오기 전
함께 라인댄스 할때가 좋았지.

그래도 오늘 우린
눈물나게 웃었다. 제중병원 의사님 헛발질,
고마웠어요~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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