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찔레꽃이 폈다

eunbee~ 2019. 6. 10. 21:41

 

 

 

 

 

 

 

 

 

#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장사익 님의 노래 <찔레꽃>

내 나이 딱 예순 되던 해,

세종문화회관으로 그분의 찔레꽃을 듣고자 갔었지.

그리고... 목놓아 울었었었었지.

왜 그랬었나 몰라.

 

어떤 노래는 울고 싶을 때 찾고

어떤 노래는 차오르는 그리움 달래려 찾고

또 어떤 노래는 기쁨에서 만나지.

 

 

 

#

내고향에서제일큰국민학교낮은뒷동산언덕배기엔

향내짙은찔레꽃이붉게피어있었지초여름진녹색바람

일렁이는날오롱조롱찔레꽃인양모여앉은계집아이들

선생님이읽어주시는소공녀때메훌쩍훌쩍내꽃분홍치

마엔찔레순얼룩눈물얼룩비릿한찔레순꺾어먹고꽃잎

한웅큼입에넣고소공녀가여워울던아이들이봄엔어디

서무얼할꺼나동화책자주읽어주시던유경희선생님은

무지개다리를건넜을지도몰라그립고그리운그시절찔레

꽃필때마다너무생각나찔레꽃은어릴적고향으로피는꽃

 

 

 

#

< 찔레꽃은 피고 >

 

-- 신 경 림 --

 

이웃 가게들이 다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난 뒤까지도 그애는

책을 읽거나 수를 놓으면서 점방에 앉아 있었다.

내가 멀리서 바라보며 서 있는 학교 마당가에는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찔레꽃 향기는 그애한테서 바람을 타고 길을 건넜다.

 

꽃이 지고 찔레가 여물고 빨간 열매가 맺히기 전에 전쟁이 나고

그애네 가게는 문이 닫혔다. 그애가 간 곳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그애를 찾아 헤매었나 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애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나루 분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날렵하게 몸을

날리는 그애가 보였다. 산골읍 우체국에서, 두꺼운 봉투에 우표를

붙이는 그애가 보였다. 활석 광산 뙤약볕 아래서, 힘겹게 돌을 깨는

그애가 보였다. 서울의 뒷골목에서, 항구의 술집에서, 읍내의 건어물점에서,

그애를 거듭 보면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었다.

엄마가 되어 있는, 할머니가 되어 있는,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있는

그애를 보면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었다.

 

하얀 찔레꽃은 피고,

또 지고.

 

 

***

 

신경림 시인은 내고향 사람.

점방에 앉아 책을 읽거나 수를 놓던, 신경림의 '그애'는

내 오라버니 연배 쯤일까?

활석 광산 옆동네에는 우리 큰고모님네집이 있었다.

강나루 분교는 우리학교 분교일 게야.

내 고종사촌 오빠도 거길 다녔지.

 

시인은 내 오라버니 보다 두 살 위,

그러니 나 보다는 여덟 살 많다.

내가 저 시를 남다르게 읽는 까닭이다.

.

.

 

부엌 창문 앞에 들장미 올려 두고,

찔레라 우기며, 꽃이 화사히 핀 오늘, 오순절 휴일에

거실 가득 장사익 '찔레꽃' 울려 뒀더니, 작은딸 하는 말이

" 그 노래, 차암 심란 하네."

후후후~~ 난 그냥.. 웃지요.

'Sceaux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쏘, 평화다방에서  (0) 2019.06.17
저녁 산책  (0) 2019.06.12
2019 FIFA 여자 월드컵, 프랑스에서  (0) 2019.06.07
Un Parasite, S.V.P !  (0) 2019.06.06
작은 정원에서  (0)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