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5월 29일 수요일

eunbee~ 2019. 5. 30. 21:20

 

 

 

 

 

 

시름에 겨운 비가 아주 가끔씩 내 뺨에 내려 앉는 저녁,

오다가다 만나면 서로 스을쩍 쳐다보곤 그냥 지나치는

무심한 사이처럼

바람은,

오월 끝자락 흐린 저녁을 지나

쓸쓸한 몸짓으로 어디론가 가고 있다.

 

이렇게 울울해지는 날엔, 늘 찾는 그곳에 가면

우짖는 까마귀들 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을거야.

 

이른 식사를 마치고 공원으로 나간다.

일방통행 좁다란 차도에 떨어진 어린 잉꼬를 구해

어미새들 무리가 있는 곳으로 보내고,

포획에 실패한 지붕 위의 까마귀 눈초리를 피해

나는 숲으로 들어 선다.

 

간간이 내리는 비 때문일까?

너무도 한적하여, 고요로움만 앉아 쉬고 있는 노천카페.

읽겠다고 들고 온 책은 탁자 위에 두고

먼 하늘만 바라본다.

 

먼 곳, 먼 사람, 먼 날, 머언 그 무엇...

먼 것은 왜 그리운 걸까.

 

예수님은 참 어려운 말씀을 하셨어.

'이웃을 사랑하라',

먼 데 것들을 사랑하라 했으면

그 말은 잘 따랐을 터인데 말야.

 

에혀~

쓰잘 데 없는 헛생각 말고...

 

십수 년을 즐기는

이 공원의 6월을 반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야외 오페라 무대를 설치하고 있네.

유월부터 구월까지의 사진전도 준비하고 있고

쁘띠샤토엔 흐드러진 장미,

그옆 연못엔 봉오리를 올리는 연꽃,

연못가엔 노오란 창포.

 

오월이가 간다해도 섭섭해 말자.

유월이는 더 짙푸르게 풍만하니까.

 

그렇긴하지만... 그래도, 그러함에도

자꾸만 자꾸만 쓸쓸해져.

오늘은 까마귀도 모두 잉꼬 사냥 갔는지 통 보이질 않아.

 

먼 데 하늘 가로

내 마음은 또다시 떠돌고

무언가가 자꾸만 그리워지고...

 

.

.

 

5월 29일 수요일은

적요일이네~! ^^

 

 

 

( 늦은 밤엔 부다페스트의 비보를 듣게 됐다.ㅠㅠ

다뉴브 강에서의 유람선 침몰,

한국 여행객과 인솔자 33명 등이 당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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