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꽃 기르던 아기

eunbee~ 2017. 5. 5. 02:18

 

엄마가 이웃집에서 베고니아 어린가지를 얻어왔대요.

너댓 살난 어린 아들과 엄마는 거실 창문 아래에

화분을 놓고 정성스레 심었답니다.

아기는 가느다란 베고니아가 잘 자라라고

동화책을 읽어 주고 노래도 불러주었다지요.

 

어느날 엄마 아빠는 제라늄도 사다가 창밖에 두었대요.

아기는 그림을 그려 창밖 꽃들에게 보여주느라

까치발로 높이들고 흔들더랍니다.

어린 소년과 제라늄은 매일 창 밖과 창 안에서

마주보고 환하게 웃었답니다.

 

아주 많은 날들을 그렇게 보냈다지요.

베고니아가 소년에게 온지 십수 년이 흘렀고

키는 천정에 닿아, 몇번째나 싹뚝 키를 줄여주었답니다.

아기는 청소년이되어 시엥스포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어요.

 

올봄에도 소년의 엄마 아빠는 붉은 제라늄을 창밖에 심고

1년 간 교환학생 자격으로 미국땅에서 공부하고있는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립니다.

 

장미의 계절이네요.

올봄 5월 말이면 그 소년은 돌아 온다네요.

꽃을 키우던 아기는 이제 장미꽃을 엄마에게 선물할

청년이 되어 옵니다.

참 아름다운 가족이에요.

 

***

 

시인 염명순 님 댁도

은비네랑 2주 텀으로 이사했어요.

며칠전 우리가족은 그댁 집들이에 갔었지요.

"베고니아 한 가지를 드릴테니 분당에 가셔서 심으세요~"

시인은 소녀같은 말씨와 표정으로 내게 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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