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Carolyn Calson - 예당 토월극장에서

eunbee~ 2016. 10. 2. 21:34

9월의 끝무렵, 28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는 Carolyn Calson의 안무 <Short Stories>,

What did you say?. Wind woman. Burning 공연이 있었다.

 

현대무용가 카롤린 칼송 이미지

누벨 당스의 전설이라 불리우며, 피나 바우쉬와 같은시대를 걸어온

73세의 칼송 할머니는, 지금도 무대에 선다.

 

 

애초에는 카롤린 칼송(1943년생. 현대무용가. 미국)의 독무(Black Over Red)가 있을 예정이었으나

파리에서의 급보(공연 후 발병에 의한 병원 입원)는 그녀의 불참과 아울러

공연 후의 리셉션도 불이행이라는... 스마트폰의 메시지였다.

일흔셋 나이의 육체가 표현하는 무대 위의 춤은 어떠할까. 나는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ㅠㅠ

 

깊은 철학이 담긴 詩와 함께 섬세한 동작으로 풀어내는 전위적인 그녀의 춤을 만난다는

설렘에 한껏 기대를 했으나, 내 기대가 무산되는 딩동~스마트폰의 울림이었다. 그러함에도 공연장엘 갔다.

그녀의 무대(칼송의 안무: Black Over Red)는 15분여의 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주었고,

그녀 대신 무대 위에 서게된 브라임 부슐라겜Brahim Bouchelaghem의 기막힌 춤에 매료되어

매우 감동적인 공연을 보게 되었으니, 기대와 상상 그 이상의 기쁨이었다.

(이 공연은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2016'의 일환으로 진행됨. 초청작)

 

 

sidance2016_poster_220x280_ver2

 

 

< What did you say? >

안무,춤 : 브라임 부슐라겜. 초연 2009년, 브뤼에 라 비시에르

 

이런 춤도 있다니.

음악, 시, 캘러그래피, 목소리, 조명, 무용수의 움직임...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내겐 파격이고 감동이며, 순간순간 호흡을 멈추게 하는...춤.

힙합으로 춤을 시작하였다는 브라임 부슐라겜, 그의 춤은 내 온몸의 관절과 근육을 긴장시키고 움직이게 하여

30여분이 넘는 공연 동안 관절들은 꼼지락거리고, 호흡은 멈추기를 몇 번...

다 마치고나니 내가 무대에서 춤을 춘 듯 온몸에 노곤함이...ㅎ

자연의 소리를 차용한 음악, 시를 읊는 목소리, 흐릿하여 어둑한 무대, 부분적인 강렬함이 돋보이는 조명, 

2인무의 효과를 내는 영상속의 그림자 춤, 무용수의 섬세한 관절 마디마디의 움직임...

아, 이런 춤이, 이러한 무대가 있다니!! 

 

 

 

< Wind woman >

안무 : 카롤린 칼송. 춤 : 차나츠 코사카다니. 초연 2011, 이태리 나폴리

 

짧은 소품, 자연의 바람소리.

부드럽게 또는 맹렬히 불어오는 바람 속을 유영하는

즉흥무처럼 안무하고 연출된...

 

 

 

< Burning >

안무 : 카롤린 칼송. 춤 : 원원명. 칼송이 원원명을 위해 안무, 2015 파리에서 초연

 

문명의 굴레를 벗어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섬세하고 느린 움직임과 절제된 호흡으로 표현.

아지못할 방언을 중얼거리기도... 음악, 조명.. 나무랄데없는.

무용수의 원시적 모습과 매우 잘 어울리는 춤.ㅎ 소품사용이 절묘.ㅎㅎ

버닝을 표현키 위한 조명은 활활 타올라 연기가 끼인듯한 것까지 표현되니...놀라움을 금할 길 없었고.

 

 

토월극장 로비 천정

 

이전에 접할 수 없던 작품을 만나게 되어, 춤의 장르는 어디까지일까 감탄하였다.

전위적인 효과의 음악, 단순하나 깊이를 더하는 무대, 어둠을 강조하는 부분적 강렬한 조명.

무용수들의 춤동작과 자연의 소리를 차용한 음악의 어울림은 호흡을 멈추게 하고....

암튼 최근에 만난 최고의 무용공연이었다. 브라임 부슐라겜!! 그의 공연이라면 어디라도 쫓아가고 싶다.

 

이런 시간들이 삶의 기쁨이되는 양념이며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로 변환되는 양식이고

그래서 삶을 윤기있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ㅎㅎ

이런저런 요즘의 내 스산스러움 속에서나마, 스스로 찾아 내어 황홀한 순간을 만난,

이 가을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만족감.

"인생이여 고마워요."

 

 

You Tube..추천

 Signes - Carolyn Carlson - Paris Opera Ballet (2004)

<단편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대작이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