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인생

eunbee~ 2015. 10. 1. 23:08

 

 

 

 

이건 막내 동생 스마트폰 작품 ㅎㅎ

 

 

수퍼문을 기다리며, 을왕리에서..

 

 

함께 그림 공부하는 노신사,

180에 가까울 신장, 잘 생기신 용모와 세련된 옷차림,

그러나 이젠 연로하신 티가 예제서 흐르신다.

오늘 그림반 동지들이 점심식사를 같이하고,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말씀 중 언듯 비치신 그분의 저서명을 새겨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해 보니

일류대학 출신, 모교에서 40년 동안 교수로 재직, 버트런트 러셀 등 몇권의 책도 번역,

당신의 전공 서적도 수 권이나 집필 출간. 미국 어느대학에서 수학, 영국에서 연구교수로 머물기도 하셨고.

그러한 분이 80중반 연세가 되어, 치매로 요양원에 가신 사랑하는 아내의 부재로 인한 슬픔을 이야기하시며,

낯선 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셨다. 모두들 숙연.

가장 힘든 일이 '아내와 아무것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것은 당신에게 너무도 외롭고 슬픈 일이라고 하신다.

그 분의 그러한 슬픔도 마음 아프지만, 무엇보다 그분의 현실적 모습이 나는 더욱 슬펐다.

학력도, 지식도,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는 화려했었을 옛시절도, 늙음 앞에서는 저리도 초라해 지는 것일까.

아내는 요양원에 가신지 2년째, 당신은 아내를 그리로 보낸 후 우울증으로 1년을 고생하셨단다.

 

영화 <나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고등학교 교사로 퇴직, 늘 책과 함께 하시고 지적활동을 평생 하시던 분.

서가에 줄줄이 꽂힌 어머니의 책을 바라보며 '저 많은 책을 읽던 것이 다 무슨 소용일까'라며 중얼거리는 딸.

죽음이 임박한 어머니의 현실을 인정할 수 없는 딸의 안타까움, 인생의 허망함.

어머니가 죽기 직전 모녀가 나눈 대화가 너무도 인상적이다.

 

"엄마, 무얼 생각해?"

 

"내일"

 

 

우리 그림반의 노신사,

어딜 보아도 어떻게 보아도 멋지게 보이는 분.

아내의 부재가(생존해 있다해도 부재와 다름 없다고 하신다) 많은 것을 가져가 버렸을까?

늙음이 깊어져 많은 것을 잃으셨을까.

노신사의 사연(현재 삶의 내막이나 스토리가 아니라, 여러 이야기를 하시는 그분의 관점이라고 할까?)을

몰랐던 지난 주까지의 모습이 내겐 훨씬 좋게 보인다.

그분의 외로움과 그분의 보여지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던 분, 그리도 지적이시던 분이 조만큼만으로 보여주시는 '오늘들의 연유'는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하는 안타까움.

 

인생

늙음

상실

아, 모르겠다.

 

그냥 슬프구나.

 

죽는 순간까지 고상하자. 품위있자. 의연하자.

 

.

.

 

을왕리에서 기다리던 수퍼문은, 일그러진 얼굴로 지금

창 밖 머언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얘야~ 상심 말거라. 그것이 인생이란다." 하는 것 같구나. 에혀~

 

2015. 시월 초하루 일기는

되도않는 넉두리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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