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창문 타넘고 몰려오는 바람은 가을처럼 쌀랑했어요.
밤 열 시 반 서천의 남은 노을빛은 고요로웠어요.
밤이 깊었건만 맞은편 이창들은 모두 감감 무소식이구요.
Soiree 간 애들은 아직 초저녁일테구요.
그래서 난 다시 혼자였어요.
아침
아홉 시 반(아침사진 시각)
창문을 타고넘은 바람이 또 가을이에요.
이명은 쏴아아~ 매미같더니, 자꾸만 풀벌레로 들리네요.
내 귓속도 가을이고 싶을까요.
오늘 파리 12구 100년 묵은 아파트 떠나요.
은비 까비 그리고 내 아쉬람 있는 파크드쏘에 가요.
거기선 혼자가 아니어도 돼요. 까비가 있으니까.
어딜가더래도 적막한건 차암 적막해서, 좀...그래요.
아침에 읽던 이병률 시 한 수 옮겨둘게요.
방금 은비가 톡 보냈어요. "언제 들어 올거야?"
아마도 그간 나는 가출 했던 모양.^^
***
< 가늠 >
-이병률-
종이를 깔고 잤다
누우면 얼마나 뒤척이는지 알기 위하여
나는 처음의 맨 처음인 적 있었나
그 오래전 옛날인 적도 없었다
나무 밑에 서 있어보았다
다음 생은 나무로 살 수 있을까 싶어
이 별에서의 얼룩들은 알은체하지 않기로 했고
저 별들은 추워지면 쓰려고 한다
그 언젠가 이 세상에 돌아왔을 적에
그 언제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달아났을 때
이 땅의 젖꼭지를 꼭 쥐고 잠들었다
얼마나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
아, 다 적고 났더니
언젠가도 여기에, 그때도 이렇게... 옮겨 적었던듯도 싶네요.ㅎㅎ
그나저나
다음 생엔 나무로 살 수 있을까?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만한 형태감, 보테로를 만나다 (0) | 2015.08.31 |
---|---|
바다, 그립다 (0) | 2015.07.22 |
안 가본 산 -이성부 (0) | 2015.06.16 |
술꾼이라고 (0) | 2015.06.07 |
롤랑-가로스 2015, 페더러는 8강까지만 (0) | 2015.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