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다시 가을같은 바람이

eunbee~ 2015. 7. 11. 17:52

 

 

 

간밤

창문 타넘고 몰려오는 바람은 가을처럼 쌀랑했어요.

밤 열 시 반 서천의 남은 노을빛은 고요로웠어요.

밤이 깊었건만 맞은편 이창들은 모두 감감 무소식이구요.

Soiree 간 애들은 아직 초저녁일테구요.

그래서 난 다시 혼자였어요.

 

아침

아홉 시 반(아침사진 시각)

창문을 타고넘은 바람이 또 가을이에요.

이명은 쏴아아~ 매미같더니, 자꾸만 풀벌레로 들리네요.

내 귓속도 가을이고 싶을까요.

 

오늘 파리 12구 100년 묵은 아파트 떠나요.

은비 까비 그리고 내 아쉬람 있는 파크드쏘에 가요.

거기선 혼자가 아니어도 돼요. 까비가 있으니까.

어딜가더래도 적막한건 차암 적막해서, 좀...그래요.

 

아침에 읽던 이병률 시 한 수 옮겨둘게요.

 

방금 은비가 톡 보냈어요. "언제 들어 올거야?"

아마도 그간 나는 가출 했던 모양.^^

 

***

 

< 가늠 >

 

-이병률-

 

종이를 깔고 잤다

누우면 얼마나 뒤척이는지 알기 위하여

 

나는 처음의 맨 처음인 적 있었나

그 오래전 옛날인 적도 없었다

 

나무 밑에 서 있어보았다

다음 생은 나무로 살 수 있을까 싶어

 

이 별에서의 얼룩들은 알은체하지 않기로 했고

저 별들은 추워지면 쓰려고 한다

 

그 언젠가 이 세상에 돌아왔을 적에

그 언제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멀리 달아났을 때

 

이 땅의 젖꼭지를 꼭 쥐고 잠들었다

얼마나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싶어서

 

***

 

아, 다 적고 났더니

언젠가도 여기에, 그때도 이렇게... 옮겨 적었던듯도 싶네요.ㅎㅎ

그나저나

다음 생엔 나무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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