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바람 부는 날 묘지에서

eunbee~ 2015. 6. 10. 22:35

 

 

 

 

 

어제는

바람이 쓸쓸했습니다, 마치 가을처럼.

오월도 가을이더니 유월 또한 수상쩍군요.

 

큰딸네에서 6호선 메트로를 타고 몽파르나스로 향합니다.

베르시를 지나 센느강을 건널 때, 왼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그 눈길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 다리에 매달립니다.

부드러운 몇 개의 곡선이 이룬 맵씨있는 인도교는 센느의 풍경을 방해하지 않아요.

쁘라스 디딸리역에서 승차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가을날 비오롱의 가락 긴 흐느낌~' 마음은 더욱 가을 속으로 휘몰립니다.

아, 묘지로 가는데...

 

에드가 퀴네역에서 스물일곱 계단을 올라 묘지를 향해 가는 길

바람은 스산하고 거리를 뒹구는 비닐봉투들은 마른잎을 대신하네요.

 

묘지.

3만8천여 기의 석묘와 그곳에 누운, 떠난 사람들.

묘석을 더듬으며 걷는,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

많은 생각에 싸여 걷고~ 걷고~, 느린 걸음은 세 시간을 넘깁니다.

 

묘지를 나오기 전,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묘석 앞 벤치에 앉아 다리도 마음도 쉬게하며

그냥... 산다는 일과 죽음을 자꾸만 되풀고 되돌립니다.

 

바람 불어 쓸쓸한 날엔,

묘지 산책이 그만이네요.

 

보들레르가 누워있는 몽빠르나스 공동묘지,

그의 싯구 첫 연을 적어 둡니다.

 

***

 

-가을의 노래-

 

머지않아 우리도 차디찬 어둠 속에 잠기리라

너무도 짧았던 여름날의 찬란한 빛이여 안녕!

나는 이미 듣고 있다. 구슬픈 부딪침 소리와 더불어

안마당 포석 위에 나뭇가지 떨어져 울리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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