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노동절.
은방울꽃을 선물하지요.
원래는 노동자에게 선물하지만
서로서로에게 서로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뜻으로
가족끼리도 한다고 해요.
뮤게Muguet의 꽃말은 '돌아올 행복'이랍니다.
5월 1일이 가까워지면, 마트에서는 은방울꽃을 진열해 둔다우.
마트 앞에서 은방울꽃을 들고 호객하는 남자도 있어요.
쇼콜라집에서도 쇼콜라로 은방울꽃을 만들어 두어요.
프랑스에서는 대부분의 기념일날, 그날을 위한 쇼콜라 작품이 등장하지요.
지난 겨울, 이집에서는 죽지못해 살아남은 화분이 있었답니다.
올봄, 저렇게 나름대로 자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고 있네요.
아무도 돌보지않았음에도 추운 겨울을 견딘 장한 목숨들.
고맙고 대견해서 내가 어찌나 위해받드는지...ㅎㅎㅎ
어제 아침엔 빨간꽃을 피울 제라니움을 꽉채워 심어주었어요.
잘 익힌 번데기 냄새가 나는 이름모를 풀꽃더미에 있기를 좋아해요.
비내리는데, 이 풀꽃더미에 가서 은방울꽃 선물대신 실컷 감상하고 와야겠어요.
이화열이란 에세이스트는
프랑스 남자랑 결혼을하고 프랑스에서 산지 16년째랍니다.
그녀가 쓴 엣세이집에서 읽은 이야기예요.
자기 시어머니는 80을 넘기신 노부인, 어느해 아들도 남편도 시어머니에게 뮤겔을 선물하지 않았다네요.
서운하고 심통난 80줄 시어머니는 당신 딸에게 하소연을 했답니다. 온 가족이 노부인의 심기를 달래느라...ㅠㅠ
해마다 받던 은방울꽃, 한 해 걸렀다고 그 야단.ㅎㅎ
그래요.
자기의 정체성은 자기가 확인시키고, 자기의 여성성은 자기가 발휘해야 되는 거지요?
나도 그 노부인의 서운함과 심통에 적극 호응.ㅎㅎ
그런데 말예요.
이 집구석의 Muguet는 애시당초 없나 봐요.
은비는 두 주간의 부활절 바캉스가 이제 겨우 이틀 남았건만, 빗속을 헤치고 파리로 공부하러 갔고
그의 모친은 [리딩북]에서 '지와 사랑'을 읽는다며 자기딸 침대에 누워서 읽는척하더니(ㅋㅋ)금세 코를 드르렁~~~ㅎㅎㅎ
은방울꽃은 커녕 은방울꽃 이야기 조차 나눌 기회가 없으려나 봅니다.
겨우내내 죽지 못해 살아난 저 화분들의 꽃을 생각하면,
노동절의 뮤게선물은 꿈도 꾸지 말아야지요.ㅋ
내 작은딸에게 항의를 하면 아마도 이렇게 변명할 거예요.
"어제 블로깅 3000일 기념데이~ 멋진 런치 쏘았잖아~~!!!"
이름모를 풀꽃.
잘 익힌 번데기 냄새 피우는
저 풀꽃더미나 즐기러 나가야 겠어욤~ ^^
비가 오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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