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와 룸바와 맘보의 가락에 맞추어 라인댄스스텝 즈려밟고
팀원들과 차를 마시고 문화센터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둠이 내렸다.
옆 강의실에서 인물드로잉을 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 미지의 맛을 탐구하기로 했다.
얼마전 비가 내리던 날, 시음을 해볼요량으로 사케집으로 갔으나
이른 시간이라 헛탕. 저녁 6시 이후부터 가능.ㅎㅎ
오늘은 저녁 여섯 시를 훌쩍 넘겼으니 오우케이.
주문을 했다.
그맛은 어떨까. 히레사케!
음악이 흐른다.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잔잔하게 분위기를 적시운다.
커다른 잔에 찰랑찰랑 넘치는 뜨거운 사케 위에
동동 떠있는 지느러미, 복어 지느러미란다. 오모나~
냄새를 맡았다. 황태포 태운 냄새가 난다. 술에서. 오모나~
홀짝 한모금, 오모나~
북어포 살짝 불에 그슬려서 정종에 담가두었다 마시는 맛이다. 오모나~ 아무래도 오묘해~^^
젓가락으로 건져보니 지느러미 뒷편이 새까맣게 탔다. 오모나~
원래 그런건가? 궁금하다.
아가씨를 불렀다.
"이거 언제 건져내요? 탄내가 술속을 맴도는데... 본래 이렇게 마시는 거예요?"
"아, 너무 태웠나 봐요.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아니에요. 컴플레인이 아니고 마실줄 몰라서 묻는 거예요. 원래 맛이 이렇게 탄내가 나요?"
"아녜요. 다시 만들어다 드릴게요."
그래서 다른잔이 우리 앞에 놓여졌다.
이번엔 지느러미 가장자리만 조금 까맣게 그슬러졌다.
홀짝이다가 뜨거운 수증기가 목구멍으로 밀려와 깜짝 놀랐다.
맛?
오호홍~ 내겐 아무래도 황태포 그슬러서 뜨거운 술에 그 내음을 녹여 먹는 기분이다.
그냥 사케가 낫다. ㅎㅎㅎ 독학이라 그런가? 멋진 가이드가 있으면 좋았으려나?ㅠㅠ
입이 촌스러워 그 진미를 알아내지 못했나 보다.
미지의 술, 히레사케, 이제는 첫인사를 나누었으니 입에 감길 때까지 탐구해보자.
의도치 않게 한잔 값으로 두잔을 마시게 되어 미안하기에
우리는 해물이 넉넉하게 얹혀있고, 부드러운 국물이 감칠맛나는 일본라면을 주문해
저녁을 아예 사케집에서 해결했다.
히레사케 맛 탐구,
우리 초보자들의 어설픔으로 미완의 탐구로 끝나기는 했지만, 따끈한 술에 취해서 바라보는 하얀달은
한결 낭만스럽게 보였다. 히레사케 덕분인가보다. ㅎㅎㅎ
2014. 11. 5.
히레사케 첫경험한 날. 일기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