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rdogne, Lot '14

Périgueux 1

eunbee~ 2014. 9. 16. 18:05



짧은 여행의 끝자락, 우리는 파리를 향해 기수를 돌려야만 했다. 페리괴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상행 지방도를 달려 도착하니 해질녘, 호텔에다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섰다.


페리괴Perigueux는 갈리아 부족인 페트로코리족이 살고 있었으나 오랫동안 로마의 점령지었기에

로마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프랑스 남서부 아키텐 지방의 도시이다.


거리를 걷다보니 남아있던 해마져 이끼얹힌 돌담 뒤로 내려앉고, 

고도의 푸른저녁이 나그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호텔 주인이 추천해준 생 루이 거리의 레스토랑을 찾아들었다.

생루이 광장에서는 샹송을 부르는 남자의 우수젖은 목소리가 푸른저녁의 정취를 한껏 돋우고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과 계단들을 더듬을 수 있다더니 고풍스런 분위기의 거리가 묵직한 품위를 띄며

이 거리를 찾아든 나그네의 마음을 흡족케 해준다. 이 광장과 거리가 참으로 마음에 드는군. 흠~






차분히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젖어들며 만찬을 즐긴다.

푸른 저녁, 그럴듯한 장소, 애잔히 들리는 거리의 음악, 혀에 닿는 와인의 짜릿함, 맛좋은 음식

그리고 우리 가족의 담소... 여행의 조건은 충분하게 깃들었다.


내가 먹은 본식, 전식.  시커먼스의 주재료는 오리고기와 푸아그라.

아래는 내 옆사람의 본식, 전식.ㅎㅎ

이 지방 가는곳마다 재료는 같으나 맛은 다르고, 비쥬얼은 엇비슷.ㅋ

나는 곁들인 감자가 젤루 맛났더라는...ㅋ 토마토와 감자는 내 주식이얌.



식사를 마치고 밤거리 산책에 나섰다.

르네상스 시대의 계단과 집들이 있다는 골목들을 기웃거린다.

이런 표지를 잘 따라가며 산책을 하면 성공적인 페리괴 섭렵이 되겠다.






1120년의 화재로 이곳에 있던 수도원은 소실되고 그 자리에 새로지은 생 프롱 대성당,

프랑스 남서부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그리스식 십자가(정방형 십자가) 형태로 건축, 5개의 둥근 돔 지붕과 많은 장식탑으로

이루어졌으며, 로마네스크 종탑과 12,13,16세기에 지어진 회랑이 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의 순례길을 떠나는 사람들은 이곳을 거쳐간다고 한다.


밤은 깊어가고...

 대성당을 지나 시내를 좀 더 걷다가 좁은 강이 흐르는 강둔덕에 앉아

어둠속에 잠긴 건너편 마을의 집들을 보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이튿날 대성당광장과 생 루이광장에서는 아침 시장이 열렸다. 복잡한 거리는 피하고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과 계단을 좀더 자세히 찾아 보려고 골목을 거닐었다.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가장 중요한 거리에는 산티아고 순례자들의 이정표가 되어주는

가리비 문양이 돌길 위에 새겨져 있다. 이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거리의 끝까지의 구간에서 

나는 예닐곱 개의 가리비문양을 볼 수 있었다. 찾아보겠다는 르네상스 시대의 메종은 쉽게 눈에 뜨이지 않는다.







나는 잠시동안이라도 산티아고 순례자가 되고 싶어 가리비문양을 따라 걸었다.

마음속 폼을 단단히 잡고 한 발자국마다에 경건함을 다하여 ...ㅎㅎㅎ.  걷다가 허리굽은 노부부를 만났다.

순례길, 노부부의 등에 얹힌 삶, 그들은 그들 인생의 매순간을 순례하고 있는 중이구나.

이제 그 순례길의 마지막 지점이 가까워 오고 있을 듯한 굽은 등에서 풍겨오는 세월, 얹혀진 삶의 빛깔.

천천히 뒤따라 걸으며 내 삶의 순례길은 어떠하였으며 남은 여정은 어떠할까를 잠시...  에혀~


C'est la vie!!

Camino de eternidad!!


영원으로 가는 길.







골목길 끝 좁은 광장에서 들려오는 풍금소리가 나의 백일몽을 쫓아버렸다.


고풍스런 악기(악보가 저러하니 오르골?)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남정네는

옛멋이 한껏 깃들었구나. 샹송인듯한 노랫가락이 참으로 애잔하다.

금테두른 은전 한닢을 바구니에 넣고 두 곡을 마칠 때까지 나는 로열석 관람객이 되어 주었다.

노래를 마친 19세기 가수는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무대에서 커튼콜을 할 때처럼 멋있게.


폰 동영상으로 담았으나, 되돌려 보니 그소리가 그소리가 아닌것이..

길 떠날때 찻속에서 애들에게 자랑을 하다가 김만 새 버렸다.ㅠㅠ

뭐~ 어떠랴. 내 추억 속에서만 아름다워도 좋다.


내 삶의 끝자락까지 아름다운 낭만이여! 멈추지 말기를.

Amour, Santé, Réve, Romantique, élégance, Voisin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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