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하루
염 명 순
잘못 걸린 전화를 받고 잠을 깨다 누가 멀리서 지젤 하고 부른다
지젤 그녀는 누구였을까 다급하고 나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끊어
진다 백조의 호수에서 춤을 추던 흰 토슈즈의 발끝으로 가볍게 무
대 뒤로 사라지는 지젤 그리고 다시 안개가 자욱한 도시의 길고 긴
몽빠르나스 지하철역에서 다른 지하철을 바꿔탈 때에도 누가 뒤에
서 꼭 나를 부르는 것 같아 뒤돌아보았다 언니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잠결에 듣던 지젤이라는 이름 같기도 한 생각의 혼선 누가 어
디서 나 대신 내 삶을 살고 내가 여기서 남의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출구를 잘못 찾아 오던 길을 되짚어 가다가도 누가 나도 모르는 내
이름을 애절하게 부르는 것 같아 자주 걸음을 멈췄다
2014. 4. 23
생제르맹 데 프레 거리
EMPORIO ARMANI RISTORANTE에서
스마트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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