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자 작가가 쓴 장편소설 '헤밍웨이식 사랑법'이라는 매력없는 책이
은비네 집에 굴러다닌다. 그 책을 뒤적이면 이런 스토리가 있다.
기러기 아빠가 아내와 애들을 만나러 캐나다엘 간다.
갔더니 아내는 매일 골프다 뭐다, 바깥나들이, 애들은 캠핑 간다 뭐한다...
그래서 기러기아빠는 혼자서 이웃집 고양이랑 놀다가 가족 상봉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그 남자는 원인 불명의 죽음을 맞이한다. 기내 화장실에서....
그걸 읽으며 딸들과 내가 그 가여운 남자의 사인을 '상심사'라고 이름 붙였다.
너무도 상심해서, 너무도 외로워서, 너무도 기막힌 자기 신세라서, 상심 끝에 맞이한 죽음이니
그것을 상심사라고 하자며,
우리는
은비아빠 이야기를 했다.
휴가차 2주일 간 집에 와있을 은비아빠.
함께 여행할 여건이 안되니, 그야말로 한지수의 소설 속 이야기처럼, 아내는 여행, 딸도 여행..
혼자 집에서 까비라는 이름의 고양이와 놀다가, 그 아내와 딸이 돌아오면 며칠 후 다시 근무지로
가게 생겼으니, 상심사 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겠다고 낄낄 거리며 이야기 나누었다.
에혀~~
내 아들이 그런 처지에 놓여진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속상할까.
사위이니 요만큼만 마음아프기 망정이지...ㅋㅋㅋ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한다, 사위도 아들같이 느껴진다.' 이런말 맬짱 헛말이다.허허허
나는 내가 이런 시엄마, 장모님인줄 몰랐다. 에휴~
사위에게 고양이 맡겨두고 여행을 가는 내맘은 그래도 많이 아프다. 진짜루..
온 가족이 몽땅 함께 여행할 수 있던 그 시절이 좋았구나.
은비엄마 말하기를, 은비아빠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니 걱정 없단다.
모두들 자기변명이나 자기합리화는 잘 찾아낸다.ㅎㅎ
은비아빠가 상심할 성격이 아니라지만, 내가 상심하고 있으니, 내겐 내 맘이 문제다.ㅋ
사는 건 왜 이다지도 상심스러운 경우가 많은 건지...원.
(여기까지는 여행 떠나기 전에 적어둔 넉두리)
여행을 떠나는 날, 공항으로 우릴 데려다 준 은비아빠는 걱정말고 다녀오라며 웃으면서
우릴 배웅했다. 뒤돌아가는 사위 뒷모습이 믿음직했다. 얄미운 장모 마음.ㅋㅋ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공항으로 우릴 데리러 온 작은 사위는 말끔하게 차려입고 활짝 웃으며 마중나왔다.
뭐가 그리도 좋을까.
혼자 버려두고 놀러다니는 무정한 가족들이 뭐가 그리 이쁠까.
내 아들이라면 내맘은 어땠을까.
여행에서 돌아오니, 온 집안이 반짝반짝 윤이난다. 빛이 난다.
욕실, 부엌 구석구석, 은비방이며, 화장실까지 어디 한군데 빛이 나지않는 곳이 없다.
세탁기도 돌려서 빨래건조대에는 빨래가 주렁주렁 가지런히...
내가 쓰다가 고장내킨 주방기구도 말짱하게 고쳐두었고, 헐렁해서 늘 잘 닫히지않던 부엌문도
단번에 닫을 수 있도록 수리해 두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던 날 저녁 역시 레스토랑으로 온가족이 나가서 뒷풀이를 근사하게 했다.
와인잔 기울이며, 행복하게 돌아온 우리를 위해 은비아빠가 쿨~하게 한턱 쏘았다.ㅋㅋ
그러더니 이틀 후에 그는 다시 근무지로 갔다.
가방 들고 현관문 나서는 작은 사위 뒷모습을 보며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대문 밖에 나가 이별의 허그를 하고, 내가 사위 볼을 쓰다듬으니, 사위가 말한다.
두 주 후에 주말을 틈타 또 다녀갈테니 잘 계세요.라고.
사위를 태우고 떠나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드니 사위도 손을 흔든다. 내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루 흐른다.
뒤돌아서서 그제야 나는 맘놓고 눈물을 쏟아냈다.
에혀~ 사는 것이 뭐 이런지.
나는 내 자식들의 뒷모습을 보면 늘 마음이 애잔하고, 슬프고, 서럽다.
가족들을 위해 떠나있는 작은 사위를 보면 특히 더 애처럽다.
내 아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떠나지 못하고, 묶여있는 것을 생각할 때처럼....
내일 부터는 여행 이야기를 슬금슬금 부려놓아보련다.
은비가 컴을 굳세게 장악하고 있으니, 숙제하는 애 등떠밀 수도 없고...ㅎㅎㅎ
이렇게 늦어지는 포스팅을 변명 아닌 해명을 한다. 하하핫.
누가 기다리냐구!! 허허허
사위의 뒷모습이 여적도 남아, 차마 좋~다고 신나서 포스팅할 면목 없어, 이렇게 주절거린다. 에혀~ 내팔자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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