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작은딸이랑은 시도때도 없이 수다를 늘어놓는다.
작은딸이 레스토랑을 할 때는 그애가 출근하기 전에 수다꽃을 피우느라 아침마다
작은애를 졸졸 따라다니며 재재거렸었다. 화장대 앞에서도 목욕탕에서도...
장소를 불문하고 속닥거리고 깔깔거리고 성토하고 주장하느라 우리의 즐거운 수다타임은
장소불문 주제불문이다.
이젠 레스토랑을 처분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실컷 수다를 늘어놓는다.
오늘 아침엔 자동차 번호에 관한 수다.ㅎㅎㅎ
엄마, 내 번호가 Sceaux로 이사오기전에는 000 EFG 92였잖아.
(뒷 두자리 숫자는 지역번호. 92 일드프랑스 일부지역,75 파리 등등)
예쁘고 예쁜 00 이라고 자동차 번호도 이에쁘지 라니..호호홍~
엄마가 이렇게 이쁘게 놔준걸 세상이 인정하나봐.
그런데 쏘로 이사오면서 새로 받은 넘버는 BQ 000 SH 지 뭐야.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던 레스토랑 주인이란 걸 아는지 글쎄 자동차 넘버까지
바비큐 스시야, 에잉~ 난 너무 싫어. 레스토랑 냄새 나는 차번호까지도...ㅎㅎㅎ
작은딸은 이렇게 자기 적성에 맞지않고, 자기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는 말 조차도
그 누군가에게 하기 싫었을 만큼 너무너무도 싫었던 일이 지난 2년간의 세월이었단다.
그런데 자동차 넘버가 바비큐 스시 닮은 번호이니 그 게 웬말이냐며 아침내내 성토를 벌였다.ㅎㅎㅎ
이.에프.지(예쁘지)에서 바비큐BQ.스시SH라니....
ㅎㅎㅎ~ 얼마나 억지스런 항변인가.
큰애가 주말마다 은비네로 온다.
그애의 이야기 주제는 학교에서의 일들.
큰딸이랑 가장 가까운 친구는 일본학생이란다.
자기 속내를 들어내지않고 감정조절을 잘하며, 누구에게나 언제나 친절하고 상냥하고
예의바른 일본친구의 모습을 보며, 큰딸이 말했단다.
뒤에서 그렇게 속상해 하지말고 대놓고 말도하고 감정을 표시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면 어떻겠느냐고..
그 일본 여학생 하는 말이 '나는 일본인이 잖아, 일본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 그러더란다. 에구구구~
뒤늦게 공부하는 학교에서 큰애 옆자리에는 늦깎이 프랑스 남자학생이 앉았단다.
너스레 잘떨고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항상 떨어대며 중구난방 설쳐대고 트럭운전사같은 외모에
심난스럽기 짝이없는 그 학생에게 큰딸은 가끔, 다리 떠는 것을 멈출 수 없니? 시끄럽게 하지 않을 수 없니?
하는 말을 한단다. 어느땐 친절하게 대해주고 어느땐 까칠하게 굴기도 하는 큰애에게
그 프랑스 남학생은 '오늘은 네가 북한이구나.' '오늘은 네가 남한이구나'라는 말로
큰딸의 기분을 측정하고 평가한단다. 그말에 큰딸은 '내가 너무 솔직한가? 나도 일본친구처럼
저렇게 속내를 감추고 상대에게 마냥 상냥하고 친절해 볼까?'라는 마음까지 갖게 되더란다.
사진 지난해 2월의 세느강
어제 저녁 6시부터 7시까지는 은비네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있었다.
내일부터 스키방학이니, 개학하고 곧 있게 될 수학여행에 관한 회의였다.
은비엄마가 법무사와의 중요한 랑데부가 있어서 은비이모가 대신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다.
4박 5일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였단다.
학부모 회의를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은비 하는 말, '엄마가 왔으면 우리반 애들이 내엄마를 보고
은비엄마는 어쩜 저리도 예쁘니,하면서 엄마를 처다보고 나를 부러워했을텐데..'.했다.
오모나! 웬 배신이래. 학교 수업의 마지막 시간도 빼먹으며 도망쳐 나와서 조카를 위해 바람같이 달려와 주었건만...
온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을 혼자 다 받으면서 자라는 은비는 아직도 어린애기 같다.
모습도 생각도 마음도 어쩜 그리 애기같은지.
난 때묻지 않고 품격있고 자존심있는 은비의 그러한 성격이 좋다.
털털하고 사람들에게 환호받는 큰애의 계산적이지 않는 순수함도 사랑스럽고
작은 딸의 세련된 감정과, 깊고 폭넓은 세상 물정에 대한 통찰력과 유연한 카리스마를 높이 평가한다.
이렇게 사랑스런 내 딸들과 손녀와 희희낙낙하며 살고 있는 세월들이 축복처럼 느껴진다.
아흐~ 고운 내사랑아,
너희가 있어 내 인생이 얼마나 풍요롭단 말이더냐.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마운 내 인연이여.
아흐~ 귀한 내 보물들이여.
'파리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Sceaux 산책 (0) | 2013.03.07 |
---|---|
파리 노트르담 성당은 방년 850세! 꽃다운 나이 (0) | 2013.03.06 |
안녕들 하시죠? (0) | 2013.02.27 |
까비의 고향 마을 (0) | 2012.07.23 |
은비네 크루즈 여행 속보 (0) | 2012.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