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eunbee~ 2012. 6. 30. 09:10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2009) 미국

Veronika Decides to Die

 

감독 에밀리 영 (Emily Young)

출연사라 미셸 겔러 (Sarah Michelle Gellar) 

       조나단 터커 (Jonathan Tucker)

       데이빗 튤리스 (David Thewlis)

       플로렌시아 로자노 (Florencia Lozano

 

 

간밤부터 빗소리가 명쾌하게 들리더니, 잠에서 깨어난 이 새벽에도 여전히 빗소리가 즐겁습니다.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뽀얀 비구름띠를 본지가 얼마만인지요.

비를 좋아하는 내가 더욱 좋아하는 것은 산자락에 누워있는 안개나 구름들이지요.

그래서 기분좋은 오늘아침에는 'eunbee, 영화읽기 포스팅하기로 결심하다.'입니다. 하핫

 

발칸여행을 포스팅 할 때 이야기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를 며칠 전에 찾아 봤답니다. 슬로베니아의 풍경이, 류블랴나의 모습이 언제 나오려나 하면서

이 영화를 봤어요.

 

 

무료하다.

 

우울증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하겠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잘만 살아가니까.

 

탈출구가 없는 이 세상의 광기에 동참하느니 차라리 나는 자살을 택하겠어.

......

 

나도 항우울제를 복용하면서 부모님께는 정상으로 돌아갈거라고 할거야.

.....

그렇고 그런 삶에 실증이 난다.

.....

난 괜찮아.

 

무료한 일상과 그렇고 그렇게 사는 인간군상들 속에서의 삶에 지친 베로니카는 퇴근을 하고

우편함 속의 편지와 서류들을 꺼내들고 자기집으로 들어와 곧바로 약을 찾습니다.

물병과 술병을 가지런히 정리하여 세워두고, 약병들도 가지런히 줄맞춰 세워두며,

약을 삼키죠. 한 개씩, 한 개씩 천천히 입에 넣으며 술(?)과 함께...

마지막 한 알의 약을 들고 잠시 바라보더니, 목구멍 깊숙이 밀어넣습니다. 술과 함께...그리고 마지막으로 물을 마십니다.

 

직장도 미모도 젊음도 모두 남부럽잖은 조건을 갖춘 베로니카는 이렇게 자살을 택합니다.

 

 

구토증과 함께 그녀는 쓰러지고....

꿈인지 환각인지... 강물에서 헤엄을 치고, 조각배를 노젓고, 피안의 자신을 바라보고...

누군가의 구조로 응급실에서 이틀 후에 깨어나게 된 베로니카는 허드슨강 부근의 정신병원으로 옮겨집니다.

 

요양원으로 옮겨오는 베로니카의 늘어뜨려진 하얀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애드는 오늘도 여전히 나무 위에 올라앉아있습니다.

그는 교통사고후 말한마디 할 줄 모르고,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상태로 몇년 째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연인의 죽음에 대해 자책감에 시달리는 남자, 애드는 늘 나무위에 앉아 있지요.

 

 

이틀동안의 약물중독 상태는 베로니카에게 심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심장에 큰 문제가 생겨서 길어봐야 몇 주 정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잠에서 깨어난 베로니카의 절규와 괴로움을 듣는 룸메이트가 그녀에게 말하지요.

 

"옛날 옛날 한옛날에 왕국이 있었대. 그 왕국을 무너뜨리려는 마법사가 왕국의 우물에 약을 탔다는군.

그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은 모두 미쳐버렸지. 그것을 본 왕이 겁이나서 왕국을 떠나려고하자 왕비가 말했대.

'우리도 이우물물을 마셔요. 그러면 똑 같아지잖아요.' 왕과 왕비도 광기의 우물물을 마시고 사람들처럼 미쳤다는군.

그리고는 왕은 죽을 때까지 계속 평화롭게 자기들의 나라를 다스리며 잘 살았대.

그러니 너도 여기 사람들처럼 생각해. 바깥 세상이 여기보다 나을 것도 없어."

 

 

치료를 받는 중, 블레이크박사에게 베로니카가 말하지요.

'돈 밖에 벌줄 모르는 회사의 바보들도 싫고, 지하철에 멍하니 앉아있는 산송장같은 사람들도 싫고,

꿈의 초심도 몽땅 잊고 멍하니 사는 그들이 싫다'고요. 베로니카는 그러한 자기자신이 싫었던 게죠.

 

블레이크박사는 말합니다.

"미쳐버린 왕국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그 이야기가 당신의 현실관인가요?" 베로니카는 되묻습니다.

"글쎄~ 다수의 생각이 곧 현실이지. 타자기의 자판배열처럼 상식위에서의 질서가 중요하지.

애초에 타자기 자판은 알파벳 순서로 되어있었는데 너무 빨리 타자를 치게 되면 자판 키가 엉키게 됐지.

그래서 숄즈 라는 사람이 현재의 배열을 고안해서 전보다 천천히 치게끔 되니 그 문제가 없어지게 된거야."

 

 

줄리어드대를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만큼 피아노연주에 실력이 있는 베로니카는

어느날 피아노앞에 앉습니다. 비가 천둥처럼 쏟아지는 날.

베로니카에게 관심을 보이던 애드는 빗속에서 피아노연주에 이끌려 하염없이 서 있습니다.

 

베로니카는 점점 병세가 호전되고, 삶에 대한 밝은 의지가 생기는 듯합니다.

애드에게도 작은 변화가 오지요.

그리고...둘 사이에 사랑의 기류가 흐르는가 봅니다.

 

 

어느날 둘은 탈출을 시도하지요. 시한부인생을 바깥세상에서 살고 싶어합니다.

기네스 맥주를 마시고, 춤을 추고...,

커피를 마시며 바닷가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그렇게 사는 삶을 찾아 탈출에 성공합니다.

여전히 며칠밖에 남아있지 않는 베로니카의 건강을 염려하며....

 

그들은 요양원의 숲을 빠져나와 기차를 타고 바다가 있는 어느 도시로 옵니다.

바닷가에 앉아 애드는 시를 읊조립니다. 연인이 문을 닫게 되면 내 세상도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내용의...

그러다가 옆을 보니 베로니카가 눈을 감았습니다. 죽었나 봅니다.

애드가 슬픔에 휩싸여 울며 그밤이 지나가지요.

수평선 멀리 아침이 오고, 잠에서 깨어난 베로니카가 맑게 웃으며 애드를 바라봅니다. 

 

** 영화 처음부터 언제 슬로베니아가 등장하고 언제 류블랴나의 풍경 한자락이라도 나오려나...그곳에만 온통 마음을 기우리던

나는 탈출을 시도하는 그들을 보며, 옳다구나, 이제 슬로베니아로 가는구나. 했더니...천만에요~

이영화에서는 '슬로베니아'라는 단어가 딱 한번 등장할 뿐이지요. 블레이크박사가 '데클레바~ 이 姓은 '슬로베니아' 姓인데?' 할 때.ㅋㅋ

그 말에 베로니카의 대답은, '나 낳기 전에 우리부모님은 그곳을 떠났어요.'이지요. ㅠㅠ

이 소설이 류블랴나를 배경으로 쓰여졌다는 말에

잔뜩 기대했던 슬로베니아의 풍경은 그냥 물거품으로 사라졌어욤~ ㅋㅋ

영화에 열중하기보다 슬로베니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감상을 했으니

헛물을 잔뜩 켠 영화감상이 되었습니다그려. 하핫 **

 

 

자기자신도 환자였던 톰슨박사(여)가 요양원을 떠난지 얼마 후, 베로니카와 애드가 요양원을 탈출하는 것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고 있던 블레이크 박사는 톰슨에게 편지를 씁니다. 이 정신병원을 이제 당신에게 맡기겠다고....

 

톰슨과 블레이크가 벤치에 앉았습니다.

블레이크 박사는 '상실감을 알려면 먼저 진정한 애정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애드와 베로니카의 관계를 묵인하고 부추긴 자신의 생각을 말합니다.

 

현대인들은 감정을 두려움으로 치환하려하며,

꿈의 의미를 깨닫고 힘들어 하느니 겁쟁이가 되는 것이라고 

블레이크 박사가 베로니카에게 치료중에 이야기하지요.

내게는 블레이크 박사의 '욕망은 두려움을 거스른다' 라는 말이 인상 깊게 남습니다.

 

블레이크 박사는 베로니카의 병이 호전되어 일상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되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면서도

베로니카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자살 시도자는 계속 자살을 시도하려는 것을 알기에, 베로니카 자신에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절박함을 안겨

삶을 자각시키려는 의도였던 것입니다.

시한부 인생에게는 하루를 온전하게 산것은 기적으로 여겨진답니다.

'그것이 곧 기적'이라고 블레이크 박사는 톰슨에게 말합니다.

 

베로니카의 집으로 온 두 연인은 하루하루를 기적이라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해변을 거닐고, 해저무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며....

 

이렇게 영화는 끝나고, 슬로베니아나 류블랴나를 기다리던 eunbee는 맹맹하고 허망스런 이영화를

헛웃음치며, 꽁지빠진 공작새를 좇던 심정이 되어 한참을 앉아있었더랍니다. 에잉~ 원작 소설도 뭐 별로 읽고 싶지 않아욤.

남들이 그렇게도 환호하던 '연금술사'를 파리행 기내 서비스용 책으로 읽고 별로 감동하지 않았었거든요.

이영화도 그렇고 내가 읽은 연금술사도 그렇고 내게는 코엘료가 그저 맹맹한가 봐요. ㅋㅋ

 

이 영화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스토리를 대강 엮어놨어욤.

 

그런데? 놓칠 수 없는 인물. 베로니카의 룸메이트를 다시 생각해봐야 겠네요.

'바깥 세상도 여기와 별반 나을 것도 없다'던 그녀는 영화 꽁무니에서

정신병원요양원 그자리에 맥없이 주저물러 앉아 여직도!! 게임판을 앞에 놓고

홍야 홍야 살더라구요. 왜 이 이야기를 덧붙이는지 아시죠? ^&^

 

 

 

 

 

원작 저자 파울로 코엘료

 

파울로 코엘료 1947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17세부터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불행한 청소년기와, 록밴드를 결성하고 극단 활동에 참여하는 등 히피문화에 심취한 청년기를 보낸다. 1973년 함께 음악 활동을 하던 친구 라울과 '크링 하Kring-ha'라는 만화잡지를 창간했으나 잡지의 성향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브라질 군사정권에 의해 두 차례 수감되고 고문당했다. 그후 세계적인 음반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며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던 그는 1986년, 돌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떠난다. 이때의 경험은 코엘료의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다. 그는 이 순례에 감화되어 첫 작품 '순례자'를 썼고, 이듬해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로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 '악마와 미스 프랭', '11분''오 자히르'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으며, 브라질에 '코엘료 인스티튜트'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 빈민층 어린이와 노인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

.

 

 비가 엄청스리 오네요.

 잘 내리고 있음이야~~

 많이 많이 내려주세요. 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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