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잠들기 전에

eunbee~ 2009. 9. 4. 23:21

잠을 청하려고 베개를 당겨 베었으나 잠은 오지 않네요.

창밖엔 달빛이 교교皎皎하고

달빛이 그려낸 나무들 그림자는, 도화지에 갖 그려놓은

어설픈 솜씨의 스케치를 닮았습니다.

오두막 마당 가득 내려 앉은 달빛은 환영처럼 두둥실 떠 다닙니다.

열엿새 달빛은 빛이 아니라 둥둥 떠 다니는 물체입니다.

 

달밤은 왜 고요로울까요.

달빛이 고운날엔 더욱 적막한 공기가 온 대지를 꽉 채웁니다.

포화상태의 공기속으로 빛은 환영처럼 날아다니고

그 것을 보고 앉아있는 내 머릿속은 깊은 동굴 속에서 울려 오는 딩~딩~소리가

아련하게 메아리집니다.

적막함은 공황상태를 함께 품고 있습니다.

 

저 편 오두막 끝에 검은 그림자 한덩이로 서 있는 나무들이 가져오는

기괴한 상상보다, 달빛이 가져오는 공황이 더욱 질식할 것같은 적막감을 불러옵니다.

넘치기 직전의 포화상태는 어쩌면 공포보다 더 답답한 공포입니다.

무서움보다 답답함이 더 무서우니까요.

그러나 달빛이 주는 교교함은 단순한 공포라고 표현될 수 없는 묘한 답답함이군요.

오늘같은 밤, 마음맞는 벗님과 함께라면 무척이나 낭만스러울 달밤이 되겠지만

다 같은 달밤이라해도 적막한 오두막에서의 달빛은 숨막히는군요.

 

그러함에도... 참 곱습니다.

오늘밤 달빛이...

 

강아지들은 누마루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제 좋은 자리에 누워

코~코~ 잠을 잡니다.

달빛이불을 덮은 검은강아지털이 윤기가 납니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저 달빛을 취하도록 바라보다가

나도 저렇게 코~코~ 잠들어 볼래요.

내가 잠들면 내게도 은빛 이불을 덮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밤 달빛이 너무너무 고와서

쉬이 잠이 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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