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견공들의 個性

eunbee~ 2009. 6. 9. 13:16

강아지들도 잘 관찰해 보면, 그들 각자의 개성이 있다.

말 그대로 개의 성격이다.ㅋㅋ

 

착한 우리 가을이는, 정말 다정하다.

사람을 잘 따르는 것뿐만아니라, 자기 자식에게도 얼마나 살갑게 정을 표하며 사는지...

그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람의 손길을 간절히 바라며, 쓰다듬어 주면 자기도 혀로 살살 나를 핥거나

눈을 스르르 감는다. 그 반응이 매우 행복하다는 표현을 해준다.

자기 새끼랑 함께 누워서 새끼를 핥아주고, 귀를 문질러 주고

먹이가 있으면 물어다가 새끼에게 가져다 주고....

그 새끼 강아지는 강아지라고 말 하기엔 이미 너무 커 버린 반년이 훌쩍 넘게 자란 개인데도

그렇게 어린애기 다루듯이 사랑을 쏟는다.

지금도 누마루에 앉아서, 누워있는 자기 새끼를-뉘라는 이름의 검둥이- 열심히 핥고 있다.

정답게 사랑을 담아.... 짐승이라도 그러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情이 많은 개는 母性도 강한가 보다.

 

한편

우리 까망이...-가을이 딸-

사람이 다가가면 슬그머니 멀찌기 피한다.

새끼를 낳으면, 잘 보살피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새끼들이 한 달이 되기도 전에 죽어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새끼가 배가 고파 울거나 말거나 자기가 다니고 싶은 만큼 실컷 나돌아 다니다가 온다.ㅋㅋㅋ

깜깜한 구석을 찾아 들어가서, 쥐를 보고는 멍멍멍~ 짖어대는 걸 무척 좋아한다.

자기 새끼를 핥아주는 모습을 한번도 본 일이 없다.

참으로 냉정하고 무심한 엄마다.

모습은 제일 예쁘고 귀하게 생겼다. 꼴값도 못하는 까망이...하하하

 

콩이.-까망이 아들-

매우 부지런하고 눈치있고, 명랑하고 활동적이며 영리해서 사랑을 받는다.

태어난지 두어달 되었을 때부터 어찌나 활동적인지,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단단한 까만콩 같아서 이름도 콩이다.

내가 과수원으로 들어오는 기척도 콩이가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언제나 일등으로 마중을 나온다.

생김이 엄청 촌뜨기 같이 생겨서 폼이 나질 않지만, 성격이 좋아서 사랑스럽다.

짤뚱한 다리에 촌스런 얼굴에, 허리는 기다랗고 입은 삐죽이 나왔다. 촌놈 모습의 전형이다.

자기 엄마나 외할머니를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못난이 남자애다.

콩이의 아빠가 누군지 궁금하다. 하도 못생겨서...ㅋㅋㅋ

그래도 성격은 외할머니를 닮아서 사람도 잘 따르고, 쓰다듬어 주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내 발밑에서 늘 졸졸 붙어다니느라 자주 밟히기도 한다.

쓰다듬어 달라고 벌렁 눕기도 잘한다. 영락없는 자기 외할머니다.

뉘랑 콩이가 어울려 장난하고 뛰어 다니는 모습은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뉘.-가을이 딸-

밤같이 까맣게 생겨서 뉘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한동안 이름이 없어서 뉘신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이에나처럼 비겁하게 생겼지만, 자기 엄마 가을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사랑둥이다.

반년 새, 껑충하게 커서 다리는 길쭉하고 허리가 늘씬하니, 제법 폼이 난다.

하이에나 같은 비겁한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간다. 다행이다.

요놈이 또 까망이처럼 사람의 손이 가면 저만치 슬금슬금 달아나지만

못 본척하면 졸졸졸 따라 와서, 걸어가는 내 바지를 살짝살짝 물어서 자주 피부까지 물려

따끔거린다.  걷고 있는 내 뒷바지 물기가 취미인 뉘는 하루하루 멋지게 변해 간다.

 

무엇보다 뉘가 좋아하는 것. 낙과落果를 입에 물고 돌아 다니기.

뉘의 입에는 항상 푸른과일 한 개가 물려있다.

먹을 것을 주면, 입에 물고 있던 풋과일을 뱉어내고 먹는다.

그리고는 낙과를 다시 물고 풀밭에도 가서 놀고, 누마루에도 올라와서 논다.

입에 늘 풋과일을 물고 있는걸 보고, 나는 뉘가 애정결핍인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입에 물린 푸른과일과 뉘의 표정이 잘 어울려 정말 사랑스럽다.

 

이렇게 강아지들도 우리네 사람들처럼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하면

참 재미있고, 그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

 

 

-비오는 날,

누마루에서 잠자고 있는 강아지 네마리를 보며...

밤꽃향기를 맡으며....

하릴없이 쓰잘데기없는 수다를 떨어 봤다.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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