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가 장식한 유리잔의 무늬
은비랑 나는 종이비행기를 접어서 날린다.
종이비행기를 그냥 날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다음에
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것이다.
서로에게 날려 보낸 비행기를 펴서 쓰여있는 글을 읽는다.
그리고는 답을 써서 비행기를 접어서 또 날린다.
한참을 그렇게 하다 보면, 온 거실안이 하얀 종이비행기로 가득하다.
흰 새들이 날아 와 앉아 있는냥 참으로 보기가 좋다.
그속에 적어 놓은 사연들도 무척이나 애틋하고, 사랑이 넘치는 글이다.
은비는 할머니를 사랑한다는 말을 제일 많이 적어 넣고
나는 은비의 예쁜 점이나 잘하는 점에 대한 칭찬의 글이 많다.
이렇게 은비랑 하염없이 날려 보내던 비행기 속의 글들을 다시 읽어 본다.
은비가 빠리로 떠나 버린지 사흘이 흘렀다.
슬슬 은비가 없는 자리가 커지면서, 나는 은비에 대한 그리움이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몹시도 사랑스런 여자애기.
재치있고 눈치있는 깜찍한 여자애.
은비와 하던 낱말 이어 붙이기 놀이 카드도 다시 늘어 놓아 본다.
나 혼자서 하는 놀이가 참 쓸쓸하고 서럽다.
커피를 마신다.
은비가 새로운 커피잔으로 변신시켜놓은 유리잔에다가 커피를 따르고
앙증맞은 작은 손으로 내게 가져다 주던 은비의 웃음진 얼굴과 말소리를 생각하며 마신다.
"할머니, 커피 드세요."
오늘 마시는 커피 맛은 왜 쓸쓸한 맛일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위해서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일을 해 준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사건이다.
삶에서 제일 아름다운 일이 아닐런지...
은비는 이곳에 와 있는 40일 동안의 바캉스를 보내며
내 생애에서 매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커피타임'을 마련해 주었다.
그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을, 나는 내생애 행복메뉴의 1번에 올려 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