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여름밤 대기를 채우는 밤꽃향기의
'향기 공장' 밤나무꽃 사진을 올려드리니
나타샤님, 감상하세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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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울엄마 아부지 유택 곁에도
밤나무가 몇그루 있지요.
지금쯤 그곳에도 밤꽃 하얗게 피었겠네요.
고향집,
엄마랑 아부지랑 언니랑 오빠랑 남동생들이랑
여덟 식구 함께 살던 그집 마당끝에 한가득 핀 꽃이 여적도
눈에 아롱집니다. 여름 퇴약볕아래 눈시리게 피던 그 꽃들.
고향 그리워 읽던
동향 출신 시인 신경림 님의 시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중에서
몇 행, 한 연 옮길게요.
<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
정릉동 동방주택에서 길음시장까지, 이것이
어머니가 서른해 동안 서울 살면서 오간 길이다.
약방에 들러 소화제를 사고
떡집을 지나다가 잠깐 다리쉼을 하고
(..........)
강남에 사는 딸과 아들한테 한번 가는 일이 없었다.
(...........)
듣고 보는 일이 이렇게 많은데
더 멀리 갈 일이 무엇이냐는 것일 텐데.
그 길보다 백배 천배는 더 먼,
어머니는 돌아가셔서, 그 고향 뒷산에 가서 묻혔다.
집에서 언덕밭까지 다니던 길이 내려다보이는 곳,
마을길을 지나 신작로를 질러 개울을 건너 언덕밭까지,
꽃도 구경하고 새소리도 듣고 물고기도 들여다보면서
고향살이 서른해 동안 어머니는 오직 이 길만을 오갔다.
등 너머 사는 동생한테서
놀러 가라고 간곡한 기별이 와도 가지 않았다.
이 길만 오가면서도 어머니는 아름다운 것
신기한 것 지천으로 보았을 게다.
(................)
***
시인은 내가 이곳에 옮기지 않은 아래 연에서
집에 붙어 있지 못하고 온갖 곳을 헤매고 다닌 자신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어머니는 저 길에서 다 보았고, 보고 가셨음을
비로소 알았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내맘 같기도 하여...
울엄마는 열일곱 살부터 여든한 살까지
그집에서 사셨다. 내 어린 날의 그 아름다운 얘기
깃든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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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엔
울엄마 기일이 온다.
밤꽃 아래에서 밤꽃향기 맡으며
아부지랑 누워계실 울엄마, 참 많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