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새해 첫날 탄천에서

eunbee~ 2019. 1. 2. 10:43

 

 

 

 

 

 

새해 첫날,

모두들 바쁘고 나만 한가로운가.

바람이 세차고 한겨울 양광은 풀이 죽어 기대일것 못되지만

탄천은 언제나 그곳에서 내게 위안을 준다.

 

50여 마리의 백로가 모여 앉았다가 날다가 반반씩 흩어져

앉아놀다가... 차갑게 언 풍경을 일깨우는 낭만을 흩뿌린다.

개여울물을 헤집고 다니는 오리들도 수십 마리.

탄천은 쓸쓸한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위안의 장소다.

 

11월 18일에 만난 이후 볼 수 없었던 고양이도 다시 만났다.

그간 어디서 지냈을까. 어떻게 견뎠을까.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달라붙어 비벼대던 가엾은 아기 고양이.

한달 보름만에 다시 만난 고양이의 모습은 많이 거칠어졌고

덩치는 많이 커졌다. 굶지는 않았나 보다.

 

정해진 구간을 한바퀴만 도는 나는 집으로 와서 참치캔을 챙겨다가

고양이에게 먹이느라 두바퀴 산책이 되었다.

고양이는 맛나게 먹고, 지켜보고 서 있는 나는 손이 너무 시리다.

고양이가 또 나를 못가게 할까봐 먹는 중에 살그마니 발길을 옮겼다.

내일 또 보자,라고 내게 변명섞인 위로를 하면서...

 

새해 첫날의 탄천은 행복하기도

가엾고 외롭기도 했다.

우리네 사는 풍경이 늘 그렇듯.

 

 

 

 

***

 

맨 아래 사진은 11월 18일에 만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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