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바스티유 뒷골목을 어슬렁~, Canal Saint-Martin까지

eunbee~ 2014. 8. 15. 04:47

꺄날 생 마르탱Canal Saint-Martin을 목표로 산책을 나섰답니다.

큰딸네에서 프롬나드 쁠랑떼를 걸어 바스티유 부근의 골목길을 휘돌다가

다리가 아플 즈음에 생 마르탕 운하를 만났어요. 함께 걸어요.ㅎ



큰딸네 집 부근에 있는 프롬나드 쁠랑떼Promenade plantée로 갈 때마다 거치는 공원에는 여름꽃이 한창이에요. 

시민을 위해 식수를 공급하는 수도도 설치돼있어 물통을 가져와 물받는 사람도 자주 보입니다.

이나라 수도물에는 석회가 많아 식수로 하기엔 조심스럽지요. 



영화 '비포 선셋'의 몇 장면의 배경이었던 이곳에는

항상 제시와 셀린느가 있게 마련이에요.

젊은 제시, 나이든 제시, 섹시한 셀린느, 풍성한 셀린느...



초록에 젖어들다가 눈을 들면 건물 주위를 감싸고 있는 포근한 회색빛이 

다정하고 보드랍게 곰실대고 있어요. 회색빛이 포근하고 보드랍다는 걸 이곳을 지날 때마다

발견하고 느끼게 되지요. 사진은 늘 아쉬워요.



Promenade plantee(식물 산책로)에서 주변 건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해요.

1800년대 중반부터 1900년 초까지 건축된 건물들의 위용을 눈높이로 건너다 볼 수 있지요.



Promenade plantee를 30여 분 어슬렁거린 후 그 길 끝에서는 7월혁명 기념비가 있는 바스티유 광장과 만나지요.

광장 노천 카페에서 콜라 한 병을 마셨어요. 비가 오락가락하니 비도 피할겸 목도 마르고,

어느 골목길을 돌아서 생 마르탱 운하로 갈 것인가... 지도도 살펴 봐야죠.


바스티유 광장, 

1370년부터 1789년까지 파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요새 감옥이 있었던 곳이에요.

1789년 7월 14일 혁명군에 의해 습격 당한 후 점차 감옥의 흔적마져 사라졌지요. 

금박을 입힌 '자유의 정신'상이 꼭대기를 장식한 녹청색 청동기념주는 1830년 7월 혁명 27, 28, 29, 3일간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비랍니다. 기념주 아래 지하 묘지에는 1830년과 1848년에 있었던 민중봉기 때 

희생된 수백 명의 유해가  안장되어있습니다. 기념주 초석의 입구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그 입구는 꽁꽁 잠구어두고 들어갈 수 있는곳은 어딘지 통 알아내지 못했어욤. ㅠㅠ

들어갈 수 있다면 들어가 보려구요. ㅎ




7월 기념주Colonne de Juillet 뒤 오른편 건물은 오페라 바스티유. 저 건물은 1990년 초, 공모전에

당선된 사람(우루과이人)의 작품이라는데, 어쩜 저러한 건물이 여기에 서 있는지.. 참으로 보기가 언짢아요.


나는 바스티유 광장에서 그 주변 파사쥬를 찾아 걷기로 했어요. 이 주변에는

가구제조업자나 기술공, 수공업자의 작업실이 있는 파사쥬들로 이어져 있어, 옛맛이 나는 긴 골목들을

산책하는 특별한 매력이 있습니다. 낡은 전통레스토랑과 아뜰리에가 자리잡은 바스티유 부근의

숨겨진 거리나 파사쥬를 산책하는 느낌은 파리답지 않고, 어느 다른 나라 다른 도시의 골목을

걷는 착각마져 들었답니다. 





이런 저런 파사쥬를 지나, 샬론느거리도 지나고 또 무슨무슨 거리들을 지나

구식 레스토랑들이 있다는 라프거리로 왔어요.




1880년대 오베르뉴 출신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던 Bal musette(아코디언 반주에 맞춰 추는 춤 또는 춤추는 댄스홀)는 

이거리에서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했답니다. 이거리 9번지에는 에디뜨 피아프가 단골로 찾던 르 발라조라는 댄스홀이  

아직도 건재한다는데, 찾아 가렸더니 디스코장이라고 해서 가볼 생각을 접었어요.ㅎ



구식 레스토랑이 있다더니.... 도대체 어디에 있는고얌? 




골목길을 걷고 또 걸어 쿠르 다무아예까지 왔습니다.

영화속에 자주 등장해서 이제는 이 긴 마당 쿠르 다무아예Cour Damoye에 위치한 예술가의 작업실과 전시실들은 

유명세 속에서 번잡하다지요. 그러나 내가 간 오후에는 한가하기 그지없었지요. 모두 문닫고 어딜 간걸까요.



여러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니 두어 컷 더 담아 봅시다요.ㅎ

내겐 허름하고 곰팡내나는 파사쥬들이 더 좋던데....

뭔 영화에 그리도 자주 나왔을까나. 전혀 그럴것 같지 않은 쿠르이건만.ㅎ




골목길을 돌아돌아 드디어 생 마르탱 운하에 왔어요.

사실은 바스티유 광장에서 블바흐 부르동Boulevard Bourdon이나 블바흐 바스티유를 따라오면

쉽고 편한데, 파사쥬와 유서깊은 골목들을 걷느라 이제서야...

무려 다섯시간을 걸었어요. 카페 두곳을 거쳤지만요.ㅎ



영화 '아멜리에' 에서 오드리 토투가 빨강 원피스를 입고 사랑스럽게 물수제비를 뜨던 운하라는데

오늘의 오드리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다리 아래에 앉아있네요.



나는 비를 피해 카페 '라 마린'에서 쇼콜라 쇼를 한 잔 마셨어요.

주문한 뜨거운 쇼콜라가 내앞에 놓이기도 전에 쏟아지던 비는 그쳤어요.ㅎㅎ

이곳 날씨가 요즘 그래요. 변덕 변덕 그런 변덕도 드물거예요.

하루에 한 번씩 스콜은 내려주시고...ㅋ 푸른하늘도 보여주시고... 골고루.



생각보다 꺄날 생 마르탱은 내 맘을 흔들만큼 운치있고 좋았어요.

이제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았으니 다시 오려고 해요.

유람선이 떠 가는 것도 보고, 스르르 미끄러져 옆으로 비켜서는

움직이는 다리도 보고,(스트라스부르에서 본 후 못봤걸랑요)

이 운하에 올 때는 맥주와 샌드위치 싸들고 와서 한나절을 보내도 좋겠어요.

블로그 친구들이랑 함께 오면 얼마나 좋을꼬. 


어제 일곱시간을 집나가서 헤맨 이야기였어요.

이 저녁 또 비가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