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요즘 Parc de Sceaux는 오후 7시에 문을 닫아요.

eunbee~ 2012. 3. 27. 23:33

 

 

 

하오 6시의 황혼은

길밖에 길이 있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언제나

그 길 안에서 황홀해 한다

그 길 위로 알 수 없는 노래가, 기타소리가

흘러가고

그 길 위로 알 수 없는 인기척, 기침소리가

지나가고

그 길 위로 우수수 떨어지는 추억

은사시나무 그림자 사이로

한때의 격정이 끓어오르고

믿음의 산책로를 걷기 위해 신을 신는 황혼의 발

내 포켓속 짤랑거림도 기뻐하며 따라나서는

하오 6시의 명백한 이끌림

나는 아름답고 은밀한 속삭임만을 엿듣는

세상의 귀가 되고 싶다

잘 익은 풍경 한 잔을 마시고 싶다

 

--- 시 : 조행자 님의 '하오 6시의 풍경'

 

 

 

 

날이 저뭅니다.

해가 한껏 길어진 것 같네요.

써머타임이 시작되면, 느긋한 오후가 마냥 늘어져 Parc de Sceaux의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도

넉넉해진 표정으로 '하오 6시의 풍경'에 잠깁니다.

몇 주 전만해도 6시에 공원 문을 닫으니 노을과 함께 부지런히 집으로 향해야 했지요.

 

 

 

 

먼 하늘을 나는 새들을 바라보며

'잔을 채우게. 봄의 열기로 회개의 겨울이 도망치네.

시간의 새는 날 수밖에 없으니 날아가야 하네.' 라는 혼잣말을 하던 영화 BIRD의

*찰리 파커의 고뇌를 떠올립니다.

 

우리 모두는 한마리 새처럼

짧은 하루이었든 긴 하루이었든 자기의 하늘로 날아가야 합니다.

날아야 하는 것은 시간의 새만이 아니랍니다.

 

모든 것들로부터 적당한 사유의 거리를 유지하고

모든 것들로부터 적당한 음역을 조율해 두며

그리고...내 안에서 흔들리고 있는 추錘의 거리를 보다 짧은 간격으로 좁혀가며

하루의 빗질을 곱게 마무리 하는 매일매일이고 싶습니다.

 

 

*찰리 파커Charlie Parker(1920~1955 미국)

 색소폰 연주자. 비밥bebop의 전설, 일생을 마약과 술로 젖어 살다가 35세에 요절한 비운의 천재 뮤지션.

 크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그의 일대기를 영화 'Bird'로 만들었지요. 오래된 이 영화 볼만합니다.

 

 

2012. 3. 27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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