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날씨 스산스런 오후에..

eunbee~ 2011. 12. 5. 19:08

 

 

 

*  풍경의 깊이 *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 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 년이나 이백 년쯤
아니라면 석 달 열흘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 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그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 詩. 김사인

 

 

꿈결엔 듯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은 서로서로 곁을 스친다.

더러는 알게...

더러는 모르는 채...

 

찰라를 찰라인 줄 모르고 사는 별것 아닌 우리네 인생이

버러지들 보다도 무딘 촉각을 세워두고

열손가락이 많다하고 셈을 하고 서 있다.

 

스치는 것들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을 던진다고 착각할새에

가녀린 떨림의 弦 위에는 스스로만을 향한 연민이 장전되어 있을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만 혹은 역설 속에 살고 있다.

 

찬바람이 분다.

 

가고 오는 것들을...

어느 생에,

깊어진 그대의 눈빛임을...

살뜰히도 알아보리란 꿈같은 꿈으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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