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오후
봄이 내려 앉은 쏘공원에서...
운하의 물빛도 한결 부드러워졌어요.
머잖아 포플러 여린 잎새가 돋겠지요?
봄 햇살은 물빛만이 아니라 공기의 흐름도 한결 순하게 한소끔 데쳐 놓았습니다.
햇볕이 등뒤로 와서 따끈따끈 콕콕 찌릅니다.
얼마나 따스한 봄볕이던가요. 저기 나무들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들려오는 두남자의 트럼펫소리처럼
햇살은 뾰족하고, 그리고 싱그러웠습니다.
나무줄기에 앉은 봄볕은 이제 나무진액으로 영글어 갈테고, 나무둥치로 자기를 키우겠지요.
그것은 볕이 이세상에 제모습을 남기는 마술입니다.
그렇게 모든 것들은 자기를 남기고 싶어합니다.
이렇게 큰 둥치의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있어요. 그러나 사진 속에서는 항상 미흡하여
안타깝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요. 그 걸 사진으로 나타내서 무얼하자는 것인지...
윗 사진에 있는 나무들이 모여서 사철 푸른숲을 이루고 있지요.
내가 만났던 캐나다의 어느 숲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에 오면,
마음은 더욱 더 평화로워집니다. 팍 드 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푸른 잔디를 밟고 걷게 되는 이 푸른숲길은 그 거리가 5, 6백 미터가 넘지요.
양쪽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사철푸른 나무는 싱그럽고 울창해서 '노르웨이 숲'을 동경하게 합니다.
해질녘에는 수백마리의 까마귀 떼들이 우짖으며 깃들어요.
이나무 저나무에서 날아오르고 내려앉는 까마귀 떼는 장관을 이룬다우.
나무랑 함께 잎새를 만들고 있는 봄볕이 이제 지쳐서 졸고 있을 시간이에요.
오후 세 시가 지났거든요.
저 사람들 분명히 더울 거예요. 아직 겨울옷을 벗어던지지 못했네요.
이렇게 입었어야지~ ^&^
파리엔 함께 모여서 산책코스를 정하고, 함께 산책하는 모임이 있어요.
이들도 그런 걷기모임의 팀일지도 몰라요. 고만고만한 나이에 고만고만한 삶이 어깨에 얹혀있네요.
예쁘죠? 이 할머니.
나는 이런 나이의 할머니를 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내엄마 같아요. 하하핫~ 언니도 아니고, 엄마!
내 꼬라지를 나는 별로 볼 새가 없거든요. 왜냐구요? 거울도 안보는 뇨자 거든요. 푸하하~
그러다가 어쩌다가 거울에 비친 내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그 다음 몇 초후엔 슬포서~흑흑.
그리고 몇 분후엔 까맣게 잊어요. 그러니 저 여인이 엄마같이 보이죠.
나!! 그렇게 살아요. 순 엉터리 리터엉으로~ 캬캬.
난 아무래도 저 속에 끼어앉아 있어야 어울려!! 함시롱~ 호홍.
이 여자, 내 그럴 줄 알았다우. 뭐냐구요? 저렇게 두터운 방탄복을 입고 있어 어쩌나 걱정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잔디위에 앉자마자 옷을 훌훌 벗어젖히더라구요.
얼마나 볕이 따가운 날씨인데....ㅋㅋ 인상들 좀 보세요.
빠삐용의 죄수복 같은 차림으로 어딜 가시남?
프랑스 사람들 분장 무지무지 좋아해요.
백팩 울러맨 여자~ 나랑 닮았네요. 카고바지에 카키색쟈켓에 저모자에 저런 신발에...
요즘은 선그래스까지... 똑 같네요. 159에 58일까요? 저사람?^^ 그러나 연식이 내가 훨씬 오래돼서리...ㅠㅠ 에궁~
Parc de Sceaux 엔 봄이 오고 있어요.
운하 옆 사슴 뿔에도...
운하의 물결 위에도...
넘쳐 흐르는 물소리 속에도...
뿜어 오르는 분수의 물방울에도 알알이 숨어서... 봄은 그렇게 오고 있어요.
분수대 옆에서
신사는 그림을 그리고,
샤또 앞에서
숙녀는 글을 씁니다.
슬쩍 노트위를 훔쳐 봤더니, 한 페이지 빼곡하게.... 멋지다는 느낌 받았어욤~
한 남자는 해바라기를 하고
몇몇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고...
나는 내나무 아래 앉아서 봄이 오는 하늘을 보다가...
이제 막 웃을 준비가 된 수선화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난해 만났던 '사르코지 수선화'를 바로 그자리에서 다시 만나, 반갑게 인사 나누었다우.
길가 비탈길에서 나지막한 키로 구박댕이처럼 피는 꽃을 사르코지꽃이라고 내가 작명해 주었었지요.ㅋㅋ
사르코지, 프랑스에서 조금은 구박댕이에요. 신자유경제 체제로 가려고 해서...
이렇게 3월 8일, 태빈이가 입대한 역사적인 날, Parc de Sceaux에는 봄이 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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