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산이 좋은 이유

eunbee~ 2010. 5. 19. 04:16

 Parc Actu를 거닐며

시인을 생각했지요.

 

 

 ***

이제는 그대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요

너무 오래되어서 어슴프레한 이야기

 

 

미류나무숲을 통과하면 새벽은

맑은 연못에 몇 방울 푸른 잉크를 떨어뜨리고

 

 

들판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나그네가 있었지요

 

 

생각이 많은 별들만 남아 있는 공중으로

올라가고 나무들은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내 느린 걸음 때문에 몇번이나 앞서가다 되돌아 오던

착한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나그네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지요 

 

기형도 님의 詩 -내 인생의 中世-

 

***

 

 

우리는 가끔 요절한 천재들을

기억하고 싶어하지요

 

스물아홉에 떠나버린,

어처구니없게도 영화관 한구석에 앉아

이승을 버려버린 시인이

가끔은 안타깝도록 아깝습니다.

 

 

들풀도 자기몫이 있듯이

시인도 자기몫을 다 했겠지요.

빨리 떠나려고 시간을 압축해서 살다 갔나봅니다.

 

천재들은 그러했을 겁니다.

우리들은 헤아리지도

짐작할 줄도 모르는 새에...

 

미완성의 詩를 남긴 것은

정녕 남은 사람들에게 미련을 남겨 둔 것일테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말처럼요.

 

바람부는 낮은 언덕에서

풀잎처럼 엎드려 하늘을 보니

시인의 쓸쓸한 미완의 노래가 해처럼 바스러지더이다.

 

그날은 그랬습니다.

 

 

천재가 아니되어도

걸작을 아니남겨도

그저 범부로 凡俗하게 살다가

곱게 생을 접을 수 있는 평범한 인생이

더욱 알찬 삶이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저 들풀처럼

저 묵묵한 나무처럼

그렇게 소리없이 살다가는 삶이

그래도 괜찮은 인생이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길이란

길 위에 나서면 그 길이 거기있다고

친구가 말해 주었습니다.

고운 내 친구가...

 

 

물처럼, 맑고 잠김없이

물처럼, 유순하고 고집없이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맑은 내 친구가...

 

 

그날도

풀꽃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동무하면서

이런 생각했습니다.

 

바다...

망망한 대해는 너무 막막해서

그 무서운 허허로움을 채울 길이 없다는 생각

 

아무래도 나무들이 다정히 곁에 있어주는

산이 더 좋다는 생각.

 

그것이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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