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c Actu를 거닐며
시인을 생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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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대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요
너무 오래되어서 어슴프레한 이야기
미류나무숲을 통과하면 새벽은
맑은 연못에 몇 방울 푸른 잉크를 떨어뜨리고
들판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리던 나그네가 있었지요
생각이 많은 별들만 남아 있는 공중으로
올라가고 나무들은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내 느린 걸음 때문에 몇번이나 앞서가다 되돌아 오던
착한 개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나그네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았지요
기형도 님의 詩 -내 인생의 中世-
***
우리는 가끔 요절한 천재들을
기억하고 싶어하지요
스물아홉에 떠나버린,
어처구니없게도 영화관 한구석에 앉아
이승을 버려버린 시인이
가끔은 안타깝도록 아깝습니다.
들풀도 자기몫이 있듯이
시인도 자기몫을 다 했겠지요.
빨리 떠나려고 시간을 압축해서 살다 갔나봅니다.
천재들은 그러했을 겁니다.
우리들은 헤아리지도
짐작할 줄도 모르는 새에...
미완성의 詩를 남긴 것은
정녕 남은 사람들에게 미련을 남겨 둔 것일테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말처럼요.
바람부는 낮은 언덕에서
풀잎처럼 엎드려 하늘을 보니
시인의 쓸쓸한 미완의 노래가 해처럼 바스러지더이다.
그날은 그랬습니다.
천재가 아니되어도
걸작을 아니남겨도
그저 범부로 凡俗하게 살다가
곱게 생을 접을 수 있는 평범한 인생이
더욱 알찬 삶이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저 들풀처럼
저 묵묵한 나무처럼
그렇게 소리없이 살다가는 삶이
그래도 괜찮은 인생이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길이란
길 위에 나서면 그 길이 거기있다고
친구가 말해 주었습니다.
고운 내 친구가...
물처럼, 맑고 잠김없이
물처럼, 유순하고 고집없이 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맑은 내 친구가...
그날도
풀꽃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동무하면서
이런 생각했습니다.
바다...
망망한 대해는 너무 막막해서
그 무서운 허허로움을 채울 길이 없다는 생각
아무래도 나무들이 다정히 곁에 있어주는
산이 더 좋다는 생각.
그것이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