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땀띠...

eunbee~ 2008. 7. 19. 12:19

오늘이 초복.

비가 구성지게 내리지만, 푹푹 찌는 더위는 가시질 않았습니다.

어제는 오늘보다 열배는 더 더운 것 처럼 느껴지던 날씨였는데

충주엘 다녀왔답니다.

오며 가며 에어컨을 세게 틀어 대는 바람에 나는 머리가 뽀개지는 듯 했고

코가 맹맹해졌습니다. 에어컨하고는 사돈의 팔촌보다도 먼 나 입니다.

은비는 더 센 바람을 보내 달라고 뒷자리에서 징징대더니

잠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보니, 은비 등에 땀띠가 홍역꽃이 핀 애기 마냥, 한가득 깔렸습니다.

어머-- 이를 어째.

 

파리에 있는 두따님에게 은비의 땀띠를 얘기했습니다.

큰따님은 땀띠 라는 단어가 주는 향수가 있나 봅니다.

 

['오늘은 메일이 없네요. 손녀랑 어디 가셨남?'까지 썼는데, 하하, 메일이 쨘 오네.^^

 

땀띠. 정말 오랜만에 듣는 단어다.

이런 단어마져도 야릇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반가울 수 있다니...

한여름밤 충주 외갓집 마루.

모기장은 그물처럼 늘어져 있고, 구식 선풍기는 웽웽거리며 돌아가는데,

팬티 바람으로 자는 조카들에게 부채질을 해 주느라 잠을 설치는 이모.

옆에서 자는 동생들 한테서는 시큼한 땀 냄새가 전해 오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온 몸에 번지듯 돋아나 있던 땀띠.  

 

중학교를 들어가서 난생 처음 브래지어라는 것을 하고

촌스런 교복을 입고 등하교하던 여름.

집에 오자마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속옷을 벗어 던지고 보면

브래지어 선을 따라 쪼르륵 나 있던 땀띠....

 

난 내일부터 휴가예요.

르와르로 여행을 떠납니다.

손녀와 할머니는 더위와 열심히 싸우고 계셔요.ㅎㅎ]

 

땀띠라고는 모르고 살아도 좋은 파리에서의 생활..

어린날의 기억이 그리운 향수로 피어 오르나 봅니다.

우리 모두는, 기억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워 집니다.

하잘 것없고, 성가신 땀띠 마져도 향수가 되는 기억의 창고는

보물 창고 보다 더 보배롭습니다.

 

 

                                 영화 [바람은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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