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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잔영

eunbee~ 2009. 5. 11. 02:41
여행지
베니스
여행기간
한 달 남짓한 여행중 며칠. 두 딸과 보디가드 청년을 동반한 배낭여행
비용
유레일 패스로 돌아다니기
나의 평가
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아주 좋아요!
나의 여행 스토리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를 오래 반추하게 되는 것처럼

베니스로의 여행은, 영화속의 지루하게 아름다운 롱테이크 기법의 화면처럼

견딜 수 없는 잔영을 깔고, 기억의 저편에서 언제나 은근한 실루엣으로 서 있다.

저녁 어스름속에서 아른대는 먼 곳의 불빛처럼 베니스는 기억의 나래를 시시때때로 팔락인다.

 

길고 복잡한 골목길들,

심심찮게 나타나 이쪽과 저쪽의 간격이 주는  안타까움을 씻어내는 다리들,

그리고 웬만큼의 사기성을 감춘 명랑하고 유쾌하게 들뜬 목소리를 가진 미남자들...

어둑한 수로에서 느껴지는 섬뜩함과는 달리, 볕바른 베니스의 꺄날들은 낭만도 건져 올린다.

 

수상버스Vaporetto를 타고 이리저리 이섬저섬 생각나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가노라면

빈 섬처럼 느껴지는 작은 섬에 고양이들만 득시글거리는

조용하고 기괴함이 감도는 섬을 만나기도 하고,

이렇게 정처없는 섬 탐사를 하노라면, 생각지도 않은 '리도' 같은 멋진 섬도 만난다.

 

무엇엔가 빨려 들어가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베니스에서의 방황.

우리의 여정에는 길위에 멈추어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던 어느 공원의 낮잠도 끼어 든다.

산마르코 광장의 떠들썩하고 번잡스러움까지도 기억속에서는 느리게 흐르는,

아니 차라리 고여있는 물속처럼 깊고 우울하다.

 

숙소를 찾아 많은 다리를 건너가고  건너오며

물 속에 비치는, 물 속에 박혀있는 베니스가  어쩌면 참으로 슬픈 도시라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

베니스의 추억은 서늘하고, 우울하고,

라르고의 탬포로 흐르는 프러시안블루의 색채로 남아 있다.

도무지 그 까닭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림엽서 속의 그림같은 산마르코 광장은 화려하다. 

 내  사진속에서는 이곳도 우울했었는데.... 자작품은 스캐너를 사용해야 돼서리~ 실례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