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엔
가을이 탱글탱글 영글어 내려 앉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들과 둘이서 고향엘 간다.
강물이 아름답게 휘감아 도는 내 고향.
넓디넓은 호수가 산그림자를 안고, 고요롭게 물살 일렁이며 나를 반겨 주는 내 고향.
그 아름답고 정겨운 내 고향엘 아들과 둘이 간다.
반달은 한 낮의 텅빈 하늘에 동그마니 떠 있는데
아들의 우스개소리를 들으며, 엄마는 한껏 행복에 취해있어
외롭게 떠 있는 낮달을 봐도, 조금도 외롭게 보여지지 않는다.
마냥 행복해 보이는 천지의 모든 것들...
얼마나 오랜만인가?
내 아들과 이렇게 호젓하게 내 고향엘 가다니...
가는 길에
감곡 삼거리에서 쌈밥집에 들러 점심을 먹는다.
1인분 6000원하는 쌈밥을 주문하니
씨름꾼 주먹보다 더 큰 복숭아를 두 개나 준다.
한입 베어무니 단물이 철철 흘러 내린다.
'고향사람들 인심은 이렇게 풍성한가 보다' 하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충주에 가는 길이예요. 제 고향이 충주 거든요."
마냥 행복한 마음에 젖어, 그저 아무거나 아무에게나 감사하고 기쁘다.
행복에 젖은 내 모습에 쌈밥집 아줌마도 행복해 졌는지
"이 복숭아 가시면서 자셔요."하면서 커다란 복숭아를 철철흐르는 수돗물에
씻어서 건내 준다.
행복도 이렇게 서로에게 전염되나 보다.
남한강을 끼고 도는 국도를 따라 가노라니
어느새 내 고향집에 당도한다.
아름다운 고장. 충주~
아들과 함께 가는 고향길 주변은 더욱 정겹고 아름답다.
아드님은 "저런 것을 보면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생각나 " 하면서 車를 세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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