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eaux에서

5월 1일엔 은방울꽃을

eunbee~ 2025. 5. 2. 02:00


내가 이곳에 머물게 되는 5월 1일엔
뮈게(muguet)를 사러 나간다.
이벤트 좋아하는 내겐 그냥 지나치기 싫은 날.^^

오늘 거리에서 만난 은방울꽃 가판대는 세 곳.
오래된 사진집 <내 사랑 파리>에서 본 사진 속엔
귀여운 두 소년이 자그마한 좌판대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나를 미소 짓게 하던데
오늘날의 은방울꽃 판매자는 청년이나 숙녀들.


오늘도 남녀가 짝을 이룬 두 팀의 커플과
모녀 판매팀을 만났을 뿐이다.
낭만은 시나브로 시들어 가고 있는 걸까?

나라도 기념일을 꼬박꼬박 기념하자. ㅎ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 모두 노동자^^들이니
모두를 위해 오월 첫날 은방울꽃을!!

흰 벽에 맺힌 그림자 색채는 어이하야
조롷게 야시시한고얌? 이상도 하지.
원본 사진 곱게 옮겼는디?? 얄궂다(갸우뚱)

프랑스에선 오월 첫날 아침에 은방울꽃을 받으면
행복과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는데...
그러하다니 더욱 챙기고 싶은 오늘의 은방울꽃 선물.
놀고, 먹고, 자고, 그것이 노동의 전부인 나는, 나는야 베짱이~^^
오늘은 뮈게 사러 낮은 동네에서 높은 지대 Sceaux
시장 거리로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한 '노동'이었다.ㅎㅎ

돌아오는 길에 쏘공원 마로니에 그늘에 앉아
KOMOREBI를 즐겼다.
아주 한참 동안을 그렇게.


코모레비는 일본말이다.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흔들리는 햇살"을 뜻한다.
빔 벤더스 감독 영화 'PERFECT DAYS'에서 알게 됐다.
주인공은 아침마다 그리고 시시때때로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고 반짝이는 햇살을
보는 것을 즐긴다. 나도 그렇걸랑^^
진짜 진짜 즐거운 일, 예쁘게 기쁜 순간,
반짝거리는 마음... 또.. 자꾸만 웃음 짓게 되는...
암튼 차암 기쁜 기쁜 놀이야.

사진은 좀... 에잉~~~

밝은 햇빛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통해 햇살을 보라구요.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코모레비를..

은방울꽃 선물도
오늘이 가장 알맞는 순간의, 선물!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