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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이라며, 또...닭 잡아 먹는다

eunbee~ 2019. 7. 12. 01:30

 

 

 

 

[ 내일이 초복이라 엄마,아빠가 사라질지 몰라서

가족사진 찍은 닭들 ]

 

"선배님, 내일이 초복이에요. 삼계탕 드셔야죠?"

 

후배에게서 날아온 카톡사진과 설명글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ㅎㅎㅎ

저 병아리들의 비장한 표정이며

인간들의 만행을 규탄이라도 하는 듯한 암,수탁 부부의 절규며.

가엾어라.

 

 

 

업어 온 사진

 

 

며느리에게 '닭가족 사진'을 전송하며

"내일이 초복이라며? 몸보신 잘 해."

 

"엄마, 우린 오늘 저녁에 벌써 해신탕 끓여 먹었어요.

그거 끓여 먹이느라 손목이 아프네~ㅎㅎㅎ"

요런 답글이 왔다.

 

"해신탕? 그거이 뭐여? 고래 꼬추넣고 끓인 고래 고추탕이니?"

"고래 고추탕은 또 뭐여유?"

나는 해신탕이란 말을 듣자 어이하여 해구신이 떠올랐을까나..ㅎ

더구나 물개도 아니고 고래로 말야.ㅋㅋㅋ

 

"엄마는 먹어만 봤지 이름은 모르는겨유?"

 

그리하야 만병통치약 구글링에 들어갔다. 오마나, 낯익은 음식.

오호, 저것을 해신탕이라고 한단 말이지?

해물 백숙이잖아, 나도 가끔 끓이는...ㅎ

 

살림 잘하고, 음식 잘하고, 센스까지 곁들인 며느님은

맛난 해신탕 끓여서 초복전야제를 즐겼단다.

이리봐도 저리봐도, 내 아들, 장가 잘 갔어.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갔다. 단골 오빠닭 집으로.

븐에 에게 가면 로스트 윙만 줄창 주문한다. 일편단심 로스트 윙.ㅎㅎ

해신탕 끓이다가 며느리처럼 손목아프기 귀찮다.ㅋ

 

복날이라고 닭잡아 먹고, 축구경기 본다고 닭잡아 먹고,

야구경기 본다며 닭잡아 먹고... 이래서 치맥, 저래서 치맥..

로스트윙 뜯고 있자니, TV에서 본

[人類世]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류세는 닭의 시대라던...

 

( 人類世Anthropocene - 홀로世(Holocene) 중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부터를

별개의 世로 분리한 비공식적인 지질시대. )

 

 

 

 

 

저 가엾은 닭,

인류와 더불어 살게 된 세월이 5000년. 작은 붉은 들닭들이 변종하여 현재의 대형닭이 되었고,

1950년에 비해 성장 속도가 5배나 빨라저, 동시대 전체 조류의 합보다 닭의 질량이 더 많단다.

예쁜 병아리들은 5~6주 동안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도살 당한다지.ㅠㅠ

인간들은 그들의 일생을 5~6주로 단축 시켰다. 그리하여

지구는 닭뼈로 덮이고, 

미래화석은 20세기의 대형닭뼈화석이 주를 이룰 것이란다.

 

 

 

 

 

지구에서 가장 번성한 새, 지구에서 가장 먼거리를 이동하는 새,

인간과 함께 지구를 달려온 닭,

단골 오빠닭 집에 앉아서, 그들중의 5마리를 뜯고 있다.

날개가 10개이니 5마리의 닭을 희생시킨것이렸다.ㅠㅠ

우리 나라 1일 치킨 판매량은 250만 마리란다.

 

그 통계숫자에 일조하고 있는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 있다!" 하면서 얌얌 먹었다.

 

 

 

 

 

 

 

오늘은 초복날

또 얼마나 많은 닭들이 도살되어, 인간의 입으로 들어갈까.

닭들이여, 나를 용서해다오.

 

함께 살고 있는 지구상의 250억 마리의 닭들에게

고맙다고 해야할까? 미안하다고 해야할까?

먹지 말아야 할까?

며칠 후에 또다시 오빠닭 집으로 찾아 들어야 할까?

들어 가겠지?

 

그것이 문제로다.

 

저 '닭 가족사진' 속의 표정들은,

내가 닭요리를 먹을 때마다 떠오를테지.

어쩌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