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1
우리 애들 초등학교 다닐 때, 청주에서 몇 년간 살면서, 참으로 좋은 인연을 만났더랍니다.
두 따님을 둔 나보다 서너 살 아래 연배의 대구출신 너그러운 여인.
인연도 깊어 35년 여를 친척처럼 지내고 있네요. 종친회 열면 함께 가야하는 일가이기도 하지요.ㅎ
올해 나이 40이 된 그댁 큰따님이 다섯 살 적, 내게 피아노를 배운다고 온 것이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지요. 그댁이 먼저 서울로 이사를 오고, 뒤이어 우리도 서울로 오고.
그 넓고 넓은 서울땅에서 우리는 잠실이라는 마을에서 함께 살게 되더랍니다. 깊은 인연은 그런가 보아요.
또다시 분당이라는 곳으로 우연히 거의 같은 시기에 왔으니, 인연 대단해요.
신심 깊은 그녀를 따라 석촌호수 옆 불광사엘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피끓는 4-50대를 그렇게 보냈답니다.
명상공부도 하고, 위파사나 공부도 하고, 반야심경 공부도 하고, 금강경도 읽고...
산도 헤매 다니고, 밤새워 가부좌 틀고^^ 참선도 하고... 명산대찰이며, 인도 순례여행까지 늘 함께 다녔지요.
이 어찌 귀하고 귀한 인연이 아니겠어요.
내 마음자락이 그때는 좀 자라는 듯도 했다우. 지금은 맬짱 도루묵 되었지만.ㅋ
내가 한국에 있을 동안은 자주 그녀와 만나지요. 지난 세월 우리가 살던 이야기도 나누고,
그녀가 열심인 <화두>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한두 시간씩 듣기도 합니다.(내게 그공부 하라고 난리 ㅠ.)
중동건설 현장에서 현대건설 임원으로 富를 쌓던 그댁 낭군님은 긴 세월 내게도 보호자 역할을 해주셨지요.
이제 노신사가 되어 단아하게 앉아 붓글씨를 쓰시더군요. 무슨무슨 전시회에 출품하여 상도 타왔다고 합니다.ㅎ
그 분이 써놓은 싯귀를 외워왔습니다.(맹순이가 애썼넹 ㅋㅋ) 검색해 보니 김시습의 싯구 중, 두 행이었더라구요.
花開花謝春何管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이 어찌 하리오
김시습의 乍晴乍雨의 한구절입니다.
取歡無處得平生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라는 마지막 행이 서글픕니다. 옳은 소리이니.
지난해 8월 말. 탄천에서
그냥 오늘 마음 한가하여, 이런저런 이바구 풀어놨습니다.
오늘은 내가 단골로 드나드는 여행사에 가서, 파리행 비행기 티켓도 부탁해놨다우. 아예 저~~ 뒷날로.ㅋㅋ
딸들은 빨리 오라고, 다시마 사들고 어여 와~ 추운데 웅크리고 있지말고 어서 오셔~ 재촉을 하는데.
이번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은 情이 많이 솟아나더이다.(남의 나라 이야기 하듯 하네요.ㅋ)
이대로 살아도 재미있고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ㅎㅎㅎ
내가 노래부르면, 화답해 주는 벗도 있으니. 왜 아니 정들지 않겠어요. 이땅도...^^
내일은 더 많이 추워진다지요.
블벗님들 건강 잘 챙기세욤~^*^
주저리주저리 수다 늘어놓을 수 있는 우리 사이.. 참으로 좋은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