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운명을 사랑하라
지난 여름, 반 고흐의 마을 오베르 쉬아즈 '까마귀가 나는 밀밭'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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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차례를 지내고 아들 내외와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서종면으로 나들이를 갔다.
소문난 유기농 빵집, 소문난 커피집, 소문난 초계탕집, 그리고 아름다운 북한강의 윤슬어린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왔다. 해 질 무렵 은빛으로 반짝이는 물빛은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엄마가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하고 싶은데, 어때? "했더니
며느님은 고개를 살레살레~
아들은 " 정들이는 일은 만들지 마셔. 심플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아."한다.
그래도 난 고양이랑 살고 싶다. 고양이랑 함께 사는 팔자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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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피하던 카톡, 그 수선스런 공간에 단체로 들어와 수다를 늘어놓는다.
큰딸, 작은딸, 며느리까지... 누가 뭔말을 했는지 헷갈린다. 큰딸이 "엄마, 그룹 카톡일 땐 잘 읽어야 해. 자기 말하기에 바쁘니까"란다.
단체 수다에 자기 것이 있을까? ㅎㅎ 그애들의 오늘 수다 주재료는 화장품 '다팽DARPHIN'에 관한 사용 후 의견들이었는데,
왜 그리들 유행하는 화장품에 관심들이 있는 것인지.
작은딸이 다팽이라고 하니까, 며느리는 한국에서는 '달팡'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단다.ㅋㅋ
'고현정의 달팽이크림'은 따로 있다나 뭐라나.ㅠ "엄마도 달팡오일 바르고 주무셔~"라고 한다.
나는 그 달팡이래나 다팽이라나 하는 오일에 별 관심 없지만, 선물한 딸의 맘을 생각해서 부지런히 문지른다.ㅋㅋ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랴,싶지만서도 작은딸이 카톡에서 일갈했다.
<남자의 능력은 부인의 핸드백에서 보이고, 여자팔자는 피부에서 보인다> 하하핫
그래, 달팡오일과 달팡수분크림 문질러바르고 여자팔자 가눔되는 피부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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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이지러진 붉은 달이 나를 빤히 내려다 보더니
이 아침 가느다란 비가 온다.
가을비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린다.
아름다운 계절 비가 내린다.
'추상(秋霜)같은 계절.
봄의 시(詩)를 지나온 산문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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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하라.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자기 것으로 받아드릴 때
인간의 위대함이 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