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작은 흔적
볼라벤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06 : 29 ~ 08 : 33 의 탄천 산책길 표정.
그제는 막내올케님 명퇴기념 가족행사가 있어, 서울에서 하룻밤 묵었답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 군대간 조카방에서 책을 읽었지요. 한 시간여의 독서로 한 권을 끝낼 수 있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인데,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중인 승려교수 '혜민스님'이 쓴책으로, 트위터의 글을 모은 것이예요. 그분은 가장 영향력있는 트위터리언이라고 하네요. SNS의 위력과 영향력은 모든곳, 모든것으로 미치고 발휘됩니다.ㅎㅎ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메모해 온 글을 태풍 뒷날의 탄천 사진에 곁들여 옮겨 볼게요.
인생은 짜장면과도 같습니다.
텔레비젼에서 짜장면 먹는 모습을 보면
참 맛있어 보이는데
막상 시켜서 먹어보면 맛이 그저 그래요.
지금 내 삶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해도
막상 그 삶을 살아보면 그 안에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는 고뇌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사람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생기면
"남이 먹는 짜장면이다!"라고 생각하세요.
식당에서 천 원 차이로 먹고 싶은 것 대신
조금 싼 것을 주문해서 먹는 경우가 있지요.
그런데 막상 음식이 나오면
먹으면서도 후회하고, 먹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인생 짧아요.
처음에 먹고 싶었던 걸로 고르세요.
마음공부는 일반 공부와는 정반대로 해야 해요.
일반 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워서 지식으로 채워가지만
마음공부는 반대로 '안다'는 생각을 쉬고 또 쉬면서
텅 빈 채로 이미 충만한 마음자리를 밝히는 것입니다.
지금 처한 상황을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가 없다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내 마음가짐을 바꾸세요.
그래야 행복합니다.
원래 나쁜 것도 원래 좋은 것도 없습니다.
내 마음의 相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좋은 것, 나쁜 것이 생기는 것뿐입니다.
집중만 하면 전화번호부 책도 재미가 있어요.
지금 삶에 재미가 없는 것은
내가 지금 내 삶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인연이란?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입니다.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어도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나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친구, 가족, 동료, 내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것이 수행입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아니다 싶을 때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어야 진짜 자유인입니다.
반대로
없어서 갈증을 느끼는데도 무소유라는 이름으로 참고 사는 것은 진짜가 아닙니다.
볼라벤은 나무도 부러뜨리고, 호박도 넝쿨에서 따다 놓고,
어느 어린이가 가지고 놀던 공도 가져다가 물 위에 띄워두었습니다.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들도 있고,
대추나무를 떠나온 대추도 냇가에 올라 앉아있네요.
갈대는 모두 누워있고, 부들도 물에 잠겨있습니다.
돌다리도 모두 끊어놔버려서, 집으로 돌아가려면 빙~둘러서 먼 다리를 이용해야 합니다.
태풍이 살짝 지나간 탄천에도 이렇게 여기저기 그 흔적이 남았습니다.
마을에 있던 비둘기들도 탄천으로 산책 나왔는지,
물웅덩이를 걷는 비둘기의 붉은 발가락이 투명하게 맑아보이는 것이 사랑스러웠어요.
햇볕이 따가워지니 산책하는 사람들은 바삐 집으로 향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가씨는 두 손을 자전거 핸들에서 떼고 페달을 가볍게 밟더군요.
나는 한 손만이라도 핸들에서 떼고 탈 수 있는 것이 목표인데 말입니다.ㅎㅎ
두 손 놓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보면 그것이 그렇게 근사해 보여요.ㅋ
9월.
어느새 내 곁에 와있네요.
좀채로 사라져줄 것 같지않던 폭염의 8월도 전설이 되었네요.
인생은 그래요.
멋진 9월로 만드세욤~ 블친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