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장 그르니에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사진. 쏘공원의 이른 봄의 리듬...
멈추어 보자. 잠시 후면 모든 것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산타 크루즈에 도착하기 조금 전에 이미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인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 세계 안에 너무 많은 것들이 있어서가 아니다.
우리의 정신이 갑자기 멈추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은 채워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척도를 재는 것뿐이다.
너무 거대한 풍경은 우리를 채워주기는커녕 우리를 비워 버린다.
하지만 산타 크루즈에서 그 한계를 넘어선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다만 이와 같은 광경 앞에서 그것을 하나로 모으고 마음에 품고 싶어 두 눈을 감기를 원할 뿐이다.
그리하여 잠시 후에는 우리가 그것을 보지 않고도 지낼 수 있으리라.
왜냐하면 그것이 곧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에서 '산타 크루즈' 중 일부
알제리 출신의 까뮈가 '나의 스승이자 나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말했던 장 그르니에Jean Grenier(1898~1971)는
파리에서 태어나고 브르타뉴지방에서 자랐답니다. 나는 그의 책을 좋아하지요.
특히 [어느 개의 죽음에 관하여]는 권하고 싶은 에세이입니다. 이곳에 옮긴 산타 크루즈의 일부글을 포함한 [지중해의 영감]은
그가 지중해를 여행하며 존재의 자유로움, 대자연 앞에서의 명상을 에세이로 써내려 간 글입니다.
내가 찾아내지 못한 지중해의 빛 속을 유영하는 영감을 나는 그의 눈을 통해 읽고 있습니다.
작은사위가 찍어서 보낸 알제(알제리의 수도)의 자기 사무실 옥상에서 본 풍경
내가 그토록 자주 내 마음 속에서 느끼곤 했던 그 공허,
카스바에서는 그 공허를 메꾸었다고 느끼기 위해서 하늘을 향해 내 두 눈을 들어올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시인이 아닌 사람은 자연이 곧 노래인 그런 곳에서 살아야 하고, 희망이 없이 사는 사람은
어떤 희망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곳에 머물러야 하고,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한 사람은
자신의 심장의 고동소리를 맨발로 뛰노는 어린아이의 가벼운 리듬에 맞추기 위해 여기에 와야 하리라.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 중 '알제의 카스바' 일부
작은사위는 알제에서의 생활을 자주 이야기하며 특히 그곳의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인상깊게 들려준답니다.
맨발로 뛰어노는 구김없고 욕심없는 어린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장 그르니에나 은비아빠나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뿐만아니라 위의 장 그르니에의 글과 똑같은 감상이 은비아빠가 매번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골자를 이루는
내용입니다. 그러고보면 몇 세대가 흘러도, 세상이 많이 변했어도, 알제의 속내는 변하지 않고 있나봅니다.ㅎ
** 참고 :
알제의 카스바 (Kasbah of Algiers)
ㅇ 지중해 지방의 가장 훌륭한 연안유적중 하나로서 1992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B.C 4세기경 건설된 카르타고 무역항이 있는 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메디나 형태의 독특한 이슬람도시를 형성하고 있음.
* 카스바 : 아라비아어로 성채(메디나와 동의어로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