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ish Pub에서 혼을 놓다가
샤뜰레 역에서 연주하는 거리의 음악연주팀 중 잠시 쉬고 있는 여인
작은사위의 짧은 휴가는 항상 우리 파리가족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날들이 된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든가 기타를 치며 고래고래 노랠 부른다든가 맛난 요리를 만들어
푸짐한 저녁식탁을 만드는 일들은 그날이 그날이었던 우리의 일상을 좀더 활기롭게 만들어 준다.
그날도 페드라 알타pedra alta에서 저녁식사를 거하게 마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와
쿠바에서 가져온 럼과 맥주로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다가 레알에 있는 아이리쉬 펍으로 가자는
작은사위의 제안에 모두들 기분이 들떠서 그곳으로 갔다.
11시가 가까워지고 있는 늦은 밤의 레알지구의 분위기는 마냥 들떠있고
젊은이들의 호기로운 웃음과 몸짓들은 파리의 밤거리 문화에 익숙지않은 내게는
또다른 흥분으로 다가왔다.
작은사위가 잘 가는 Irish Pub을 찾았다.
아일랜드의 유명한 흑맥주 '기네스'의 이름을 그대로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기네스'라는 펍은
들어서자마자 왁자한 소리와 귀를 찢을 것 같은 비트강한 헤비메탈 음악이 넘쳐 어질거렸다.
흑맥주잔을 앞에 놓고, 테이블을 두드리며 몸을 흔들며... 뽀얀 공기속으로 번져가는 흥겨움을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란 잠시 세상밖으로 탈출한 인공위성의 캡슐 속에 앉아있는듯
몽롱하고 비현실적인 기분이 되었다.
핑크플로이드의 The Wall 그리고...내 귀에 익은 Nirvana의 음악이 불리워지고
오아시스의 Wonderwall이 허공을 휩쓸 때는 내 기분은 이미 현실을 넘어서고 있었다.
큰딸은 내 볼에 뽀뽀를 하면서 you are my wonderwall(혹시 wonder world였나?)이라 말을 했다. 와우~
살아있음의 즐거움 중 음악속에 묻혀있을 때가 참으로 매력적인 즐거움이 아니던가.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의 가족들 표정을 읽는 것 또한 커다란 행복의 순간이다.
前酒가 있던터라 우리모두는 흑맥주 한잔으로 두시간 여를 채우고
큰딸만 두 잔의 맥주를 주문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새벽 1시 반이 넘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에 나오니 거리의 들썩임은 여전했다. 핑크빛 옷차림의 여장남자들이 서 있는 샵 앞을 지났다.
조금은 퇴폐적인 목소리와 몸짓의 게이 오빠들이 한무리 모여 서서 희희낙낙하고 있다.
핑크파티를 하려는 참인가보다.
파리 레알지구의 새벽 1시는 다른세상을 연출 중이다.
저녁식사 때 해물요리에 곁들였던 두어 잔의 와인과 집에서 마신 한 잔의 럼과 펍에서의 맥주는
큰딸을 몽롱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게이 오빠들의 여장 모습을 본 큰딸이 하는 말
'저 남자의 각선미가 내 각선미보다 예쁘잖아, 존*심* 상하게시리, 스~펄' 하하하핫!
대단한 일갈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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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의 환각 속에서 빠져나와 정신을 가다듬으니 내 귓전을 계속 맴도는 말 한마디.
'이게 사는 건데....'
몇시간 전, 레알에 접어들며 그 거리의 분위기를 본 작은사위가 혼잣말처럼 하던 말이다.
아랍문화의 나라, 자기직장의 그 심심하기 짝이없는 단조로움 속에서 보낸 세월이 벌써 2년 여.
세상의 잔재미를 좋아하는 작은사위가 몹시도 그리워하는 레알의 분위기가 그에게 혼잣말을 내뱉게 했구나.
어느 영화포스터 중 일부, 샤뜰레 메트로에서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워서 나는 몰래 울었다.
작은 사위의 그 말이 나를 자꾸만 서글프게 한다.
'이 게 사는 건데....'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위해, 타지에서 연봉을 챙겨야 하는, 道人같은 성정과 철학을 가진
작은사위의 마음을 헤아리는 나는 자꾸만 서글퍼진다.
그래~ 그것이 사는 거야. 인생이란 슬픈 구석이 많아~
나의 '그 게 사는 거야'와 작은사위의 '이 게 사는 건데...'의 차이가 또 슬프다. 자꾸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