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안개에 잠긴 parc de sceaux

eunbee~ 2012. 1. 3. 18:34

 

 

 

인간은 자신이 출현한 無를 볼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을 에워싼 무한함도 볼 수 없다.

 

볼레즈 파스칼 <팡세>

 

 

 

 

나는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어거스틴

 

 

 

 

사람은 생각을 품은 식물이다.

장미나무가 장미를 품고, 사과나무가 사과를 품은 것처럼.

 

앙투안 파브르 돌리베  <인종에 대한 철학사>

 

 

 

 

내가 내 자신을 반박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수 있지. 그것도 아주 잘.

나는 크고 내 안에 많은 군중이 있으니까.

 

월트 휘트먼 <내 노래>

 

 

 

 

인간은 창조의 걸작이다. 아무리 많은 결정론이 등장해도

인간은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로서 행동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게오르크 리히텐베르크

 

 

 

 

인간이란 미립자적인 생명체들로 가득한 저 무수한 웅덩이와 같다.

 

로렌 아이슬리 <광대한 여행>

 

 

 

 

- 당황한 지네 -

 

지네는 매우 행복했네.

개구리가 재미로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어느 발이 어느 발 다음에 오는지 말해줘."

이 말에 마음이 거기에 쏠려

결국 수로에 빠져서 버둥거리게 되었네.

어떻게 달려야 할지를 몰라서 말이야.

 

 

 

 

모든 생명체는 죽고 모든 마음은 중단될 것이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않은 것처럼 변할 것이다.

솔직히 그것은 진화가 여행하는 목표다. 분노한 삶과 분노한 죽음의 자비로운 종말이다.(중략)

모든 생명체는 어둠 속에서 켜졌다 다시 꺼지는 성냥에 불과하다.

마지막 결과는 의미를 완전히 앗아가는 것이다.

 

레슬리 폴 <인간의 전멸>

 

 

 

 

주제넘게 신을 조사할 게 아니라, 너 자신을 알라.

인류에게 가장 적합한 연구는 인간이다.

 

알렉산더 포프

 

 

 

 

우리의 뇌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다 해도,

우리는 그걸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 못하다.

 

 

 

 

우주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것처럼,

우리 자신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 

인간의 뇌는 얼마나 복잡한 걸작인가.

인간이 우주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존재는 바로 '자신'이 아닐까

 

 

 

 

잠든 상태의 시각(꿈)은 어떤 현실과도 연결되지 않은 지각이고,

깨어 있는 상태의 지각은 눈 앞에 있는 것을 더 많이 반영하는 꿈꾸기와 같다.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인간은 자신의 중심에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은하수 속의 지구나 우주 속의 은하수처럼,

멀찌감치 떨어져서 중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거의 알지 못한다.

신경과학의 기술에 의해 관찰되고 분석하기 전에는.

(그또한 얼마나 정확한 진단이겠는가)

 

이상 <인코그니토>에서

 

 

 

 

....... 그래서 어쨌단 말인가.

어쩌자는 이야기인가.

우린 태어났기에 다만 살아갈 뿐이고

순간순간의 느낌은 우리의 일생을 만들어 가는 것을.

 

그것이 뇌가 관장하는 일이든, 마음이란 실체를 볼 수 없는 요상스런 것이 조종 혹은 조정하든

다만 우리는 순간순간을 느끼고 그 느낌에 반응하며 살 뿐인 것을....

 

행복한 지네가 자기의 발걸음의 순서를 밝히려는 순간부터

그 유연하던 그만의 본능적인 스텝이 뒤엉켜버려 불행에 빠져버린 것처럼

우리도 모든 것을 규명하고 대입하려는 순간부터 불행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유능한 프로 테니스 선수를 우리가 이기려면

"죠코비치, 당신의 서브는 어떻게 넣는 것인지 그 자세한 동작을 밝혀서 설명해 주세요." 라고 말하면 된단다.

죠코비치는 자기의 서비스동작을 분석하며 관찰하느라, 본능처럼 익혀버린 그 멋진 동작이 뒤엉켜버릴테니까.ㅎㅎㅎ

 

그러니...

우린 그냥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안개 속을 헤매면서

눈은 반쯤 감고, 오리무중 속에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그 님'이 저 안개 속에 있는 건 아닐까..하면서

사는 것이 좋겠다.  하하핫

 

 

 

 

이렇게...

뽀얀 안개가 피어오르는 푸른 잔디에 맺힌 이슬 방울과 한 그루 나무의 희미한 자태를

낭만스레~ 바라보면서 말이다.ㅋㅋ

 

 

 

 

까마귀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

그냥 그렇게 안개 속에서라도 무언가를 찾아 열심히 쪼고 있는 그 본능

그것으로 살아가렴.

 

작은 뇌의 거대하고 거대한 작용들을 헤아리지 말자.ㅋ

 

 

 

 

책을 읽을 땐 신비롭고 신기해서 즐거웠고

읽고 난 책을 생각하며 투덜거리는 지금은 또 그맛에 사는 재미가 나네. 그렇지? 까마귀야?ㅎ

뭐라구? 아무 생각 없다구? 그래 무념무상!! 그게 최고다.ㅋ

 

 

 

 

그냥.. 자전거 페달을 밟고...

 

 

 

 

그냥.. 말잔등 위에서 무의식적으로 중심을 잡으며 담소도 즐기고....

 

 

 

 

저 화려한 날갯짓의 전설처럼.....*^_^*

 

 

 

사진 : 2011. 12. 28.

parc de sceaux는 그날 온종일 안개에 잠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