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친구 사귀기

eunbee~ 2011. 12. 21. 20:01

 

 

은비랑 코스프레 페스티벌에 갔던 날

두 시간 여를 커피 한 잔이랑 촘스키랑 함께하며 버틸 각오로

임시카페 테이블에 진을 쳤는데....

오홍~??  상냥하고 어여쁜 여인이 내 곁으로 다가와 서더니,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죠~ 앉으세요.

 

고마워요. 따님을 기다리나 봐요?

 

아니에요. 손녀를 기다리지요.

 

오호???

(그녀의 동그란 눈이 더욱 또옹그래졌던 순간.ㅋㅋ)

 

이렇게 시작된 우리의 만남.

어디 사니, 이런 행사엔 자주 오니, 한국은 이런 행사 있니. 애들은 몇이니.

저애 의상은 정말 멋지지? 저 양반은 꼴불견이다. 애들이 코스프레 하는 것은 봐주겠는데

저런 어른들은 보기가 싫다. 저기 초록가발에 검은바지 입은 애가 열다섯살의 내 딸이란다....

기타 등등...소소한 수다를 늘어놓으며. 까롤린네 엄마랑 은비메메는 지루했을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갔다우.

 

까롤린 엄마가 컵라면을 사러가며.

 

당신도 먹겠어요?

 

아녜요. 나는 커피면 됐어요.

 

까롤린 엄마가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둘둘 감아서 먹지 뭐예요.

그래서 오지랖을 한껏 펴기로 한 내가

 

젓가락 사용하는 방법 가르쳐줄까요?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인은 세계에서 젓가락을 가장 우아하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지요.

 

아~~ 그래요? 그럼 배우고 싶군요. 젓가락 사용을 잘 하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젓가락을 건내받고. 사용법 강의로 돌입. 이어서 그녀는 실습. 하핫

오모모??!!! 감탄했다우. 단번에 익숙하고 세련된(?)손놀림으로 정말 잘 하더군요.

 

와우~ 당신은 내 큰딸보다도 더 자연스럽게 잘 하는군요. 내딸은 한국사람이에요.호홋

 

우리는 유쾌하게 웃었지요. 참으로 유쾌한 일이었어요.

이렇게 두시간 여를 함께 보내며 우린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어요.

은비랑 약속시간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자 우린 사는 곳을 서로 묻고 가르쳐주며

다음에도 있을 이런 행사에 꼭 다시와서 만나자는 약속까지하고 헤어졌다우.

까롤린이 열다섯 살이고 은비가 열세살이니 그들도 친구로 만들어주고 우리도 친구하면서

젓가락 사용법만이 아니고 다른 한국적인 것도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상냥한 그녀의 그 말은 내게 매우 인상적이고 진심어리게 들렸답니다.

이렇게 세상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친구임을 확인하며 살고 있네요.

얼마나 살만한 세상인지요. 그리고 얼마나 좁은 세상이던가요.

*^=^*

 

(이 포스팅을 마치는 동안 따옴표를 찾지 못했어욤. 영영 못찾을듯...ㅋㅋ)